윤석열, 취임 연설…"정치, 민주주의 위기로 기능 못해""다수의 힘으로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 위기 불러"文·민주당 우회적 비판 분석…"차별화 가져가려는 포석"
  •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국회 식장에 입장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국회 식장에 입장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면전에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반(反)지성주의로 인해 정치와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해야할 정치, 제 기능 못하고 있어"

    윤 대통령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국내적으로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른 원인을 반지성주의라고 진단한 윤 대통령은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했다. 

    이어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소야대 지형서 구(舊) 여권과 차별화 전략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그동안 '헌법 파괴' 행태를 꼬집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치 현안을 주도해온 구(舊) 여권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새 정부가 차별화를 가져가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 참석한 취임식에서 이같은 발언은 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10일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지금까지 보여준 패악질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겠느냐"며 "선거법, 공수처, 검수완박을 힘으로 밀어 붙이고 근거 없는 인신공격만 일삼아온 옛 여권과 새 정부는 완전히 차별화 하겠다는 다짐이라고 본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이 인사청문 정국에서 보여준 행태에 대한 비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현재 윤 대통령이 국무총리·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20명의 인사들 중 5명의 인사청문보고서만 채택에만 동의해준 상태다. 특히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의원은 "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부터 발목잡기를 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이런 것들 자체가 반지성주의라는 점을 어필하려는 의도 아니였겠느냐"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가 중요한 만큼 간접적인 지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