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피살 공무원 유족 등 안철수에 건의문 보내… "새 정부, 현 정부와 다를 것이라 믿어"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한국전쟁 국군포로도 건의문에 이름 올려
  • ▲ 왼쪽부터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 북 피살 공무원 유족 이래진씨, 한국전쟁 참전 국군포로 한모씨, 김기윤 변호사. ⓒ김기윤 변호사
    ▲ 왼쪽부터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 북 피살 공무원 유족 이래진씨, 한국전쟁 참전 국군포로 한모씨, 김기윤 변호사. ⓒ김기윤 변호사
    북 피살 공무원 유가족 등 북한군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이들이 북한에 의해 자행된 우리 국민의 피해를 잘 돌봐달라는 내용의 공동건의문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보냈다. 

    이들은 8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미국·일본 정부와 달리 현 정부는 북한에 의해 자행된 대한민국 국민 피해에 대해여 매우 소극적·부정적"이라며 "새로운 (윤석열) 정부는 현 (문재인) 정부와 다를 것이라고 믿기에 건의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의해 피해 입은 당사자와 유가족이 뭉쳤다

    안 위원장에게 공동건의문을 보낸 이들은 북 피살 공무원의 친형인 이래진씨와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 한국전쟁 참전 국군포로 한모씨다. 

    이들 모두는 북한군에 의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이거나 그 유족이다. 이씨는 2020년 9월 22일경 북한군에 의해 피격당해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이다. 황 대표는 1969년 12월 11일경 북한 간첩에 의해 납치를 당한 여객기의 승객이었던 황원(납북당시 32세, 영동방송 PD)씨의 아들이다. 끝으로 한씨는 학도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했으나 북한군에 붙잡힌 뒤 2001년경 대한민국으로 귀환한 국군포로다. 

    이들은 우선 북 피살 공무원 문제부터 거론했다. 이들은 "현 정부는 사망한 해수부 공무원에게 월북 프레임을 씌웠다"며 "그 후 국가인권위원회는 해양경찰의 중간수사발표에 대해 인권침해 결정을 했으나 아직도 인권을 침해한 담당자에게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래진씨는 피살당한 공무원이 월북했다는 현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해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그 후 재판에서 승소했지만 청와대와 해양경찰은 항소했다"며 "법원에서 유족에게 정보를 공개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해양경찰은 항소함으로써 무언가를 끝까지 감추고 있다. 새 정부는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현 정부가 제기한 항소를 취하해 현 정부가 감추려고 한 정보를 유족들에게 공개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공동건의문에는 북한군에 자행된 피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하는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일본과 달리 자국민 피해에 소극적인 현 정부"

    이들은 "황 대표는 북한에서 고문을 받고 숨진 미국인 청년 오토 웜비어의 가족을 만나기도 했고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남성 테루아키 마스모토를 만난 바도 있다"며 "황 대표는 이들을 만난 뒤 미국 정부와 일본 정부는 북한에 의해 자행된 자국민의 피해에 대해 매우 적극적·열정적으로 대응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일본 정부와 달리 현 정부는 북한에 의해 자행된 대한민국 국민 피해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고 부정적"이라며 "새로운 정부는 현 정부와 다를 것이라고 믿기에 건의한다. 50년이 넘도록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데, 새로운 정부가 아버지의 생사를 꼭 확인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건의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의 아버지가 다시 대한민국으로 송환되기를 바라지만, 만약 송환이 어렵다면 돌아가시기 전에 뵐 수 있도록 가족 상봉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군포로, 70년 넘게 정부가 구해줄 거라 믿어"

    이들은 한씨의 사연도 건의문에 담았다. 이들은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북한에 남겨진 국군포로는 아직도 70년이 넘게 조국을 바라보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자신들을 구해 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정부는 국군포로 생존자의 송환과 사망한 국군포로의 유해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썼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통일부는 조국을 위해 싸운 국군포로의 편이 아니었지만, 앞으로 새로운 정부의 통일부는 다르기를 건의한다"며 "대한민국에 살고있는 유족들이 북한에서 사망한 국군포로의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사망 일자를 파악해 주기를 청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우리 모두는 북한에 의해 피해를 받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안철수 위원장에게 이상과 같이 건의하며 함께 만나 뵙기를 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은 이래진씨의 법률 대리인인 김기윤·구충서 변호사의 주선으로 지난 3일 경기도 평택에서 만남을 갖고 공동건의문을 작성하기로 합의했다. 건의문은 8일 오전 인수위 사무실로 발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