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무부 부차관보 “한국, 러시아 제재에 동참 않을 시 미국과 동맹국들 실망할 것”전 정책자문관 “무력으로 국경 변경, 용납할 수 없다는 동맹의 공유가치 측면서 접근해야”
  • ▲ 지난 12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계기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은 우리 측에
    ▲ 지난 12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계기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은 우리 측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러시아 압박에 동참해 달라"는 요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가할 때 한국의 동참을 원할 것”이라고 미국 안보전문가들이 주장했다. 국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한 안보전문가는 만약 한국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물론 다른 동맹국들도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한국, 러시아 제재 동참 않으면 미국 실망할 것”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 미국과 전 세계 동맹국·협력국들은 강력한 제재를 가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은 한국의 러시아 제재 동참과 관련해 제임스 줌월트 전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국무부 정책자문관을 지낸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의견을 소개했다.

    제임스 줌월트 전 부차관보는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때 한국 등 동맹국들이 동참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와의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이 제재에 동참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겠지만 (제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의 비용도 고려해야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줌월트 전 부차관보는 “바이든 정부가 한국 등 동맹국에게 바라는 건 필요할 경우 러시아에게 매우 강력한 국제제재를 추진할 것이라는 합의”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러시아 제재는 우크라이나 침략을 저지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 부과가 목적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침략) 억지가 목적인만큼 한국 등 동맹국들이 필요할 때 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는 ‘단합된 모습’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런 노력(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 다른 동맹국들은 실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국무부 정책자문관 “무력으로 국경 변경, 용납할 수 없다는 동맹의 공동 가치 지켜야”

    국무부 정책자문관을 지낸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도 줌월트 전 부차관보와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양국 정상이 “한미동맹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데 주목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할 때 한국의 동참을 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를 “무력으로 국경변경을 시도하는, 국제질서 상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한국은 이 문제에 대해 ‘동맹의 공동 가치’를 지킨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브루스 클링너 “중국 문제 소극적이었던 한국, 이번엔 적극 나서야”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권위주의 체제의 강대국이 이웃 국가의 주권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규정한 뒤 “인권 등 중국 문제에 있어 소극적이었던 한국이 이번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그동안 중국과 대치하는 문제에서 눈에 안 띄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러시아 문제에서도 경제적인 비용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같은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한국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까지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주권국가를 위협하는 러시아의 행동을 규탄하고, 러시아에 대해 경제적·외교적 제재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한국은 이를 지지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서 ‘러시아 압박 동참’ 이야기 오갔지만…文정부, 동참 미지수

    미국의 소리 방송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한 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 측에 대한 지원요청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지난 14일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를 원할 경우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환영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답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따르면, 지난 12일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때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러시아 압박에 동참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추가 도발에 신속하고 효율적이며 단합된 방식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일 외교장관에게 러시아 압박 동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보전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를 공유하고 러시아의 추가적 긴장 고조를 억지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는 대목이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외교가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1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압박에 동참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을 유럽에 양보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이미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한편 일본은 LNG 수입량 가운데 일부를 유럽에 양보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 독자적인 제재 시행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