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인사 제작 포스터, 조지워싱턴大 캠퍼스 게시… 친중 학생단체들 강력 항의총장, 포스터 제거하자 이번엔 재학생들이 반발… 총장 “제거 경솔했다” 사과포스터 제거 요구한 중국학생학자연합회는 공산당 관변단체… 美 의회 경고
  • ▲ 호주의 반공예술가 '바디우차우'가 제작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포스터. 모두 중국 공산당의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바디우차우 트위터 캡쳐.
    ▲ 호주의 반공예술가 '바디우차우'가 제작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포스터. 모두 중국 공산당의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바디우차우 트위터 캡쳐.
    미국 조지워싱턴대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풍자한 포스터가 곳곳에 붙은 뒤 학내 중국유학생 단체들과 반중 성향의 재학생들 간에 의견충돌이 벌어졌다. 대학 측은 중국유학생 단체들의 요구대로 포스터를 제거했다가 학생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총장이 직접 사과를 했다.

    포스터, 중국 인권탄압 비판한 호주의 중국계 반공예술가 ‘바디우챠우’ 작품

    워싱턴 익재마이너, 내셔널리뷰 등 현지신문에 따르면, 지난주 조지워싱턴大 캠퍼스 곳곳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를 풍자한 포스터가 붙었다. 바이애슬론, 컬링, 아이스하키, 피겨 스케이팅, 스노우보딩을 주제로 한 포스터에는 오성홍기를 단 중국 선수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포스터 속 중국 바이애슬론 선수는 눈을 가린 위구르인의 머리에 소총을 겨누고 있고, 중국 컬링 선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굴리고 있다. 중국 아이스하키 선수는 티베트 승려에게 보디체크(퍽을 가진 사람에게 벌이는 몸싸움)를 하고 있고, 중국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빙상에 그려진 홍콩 심벌을 스케이트로 베고 지나가고 있다. 스노우보딩 선수는 CCTV를 타고 있다.

    포스터를 제작한 호주의 중국계 반공예술인 ‘바디우차우(Badiucao)’는 트위터를 통해 해당 포스터가 ▲중국이 위구르인을 대상으로 벌인 학살 ▲코로나 대유행 관련 정보에 대한 중국 당국의 불투명성 ▲중국의 티베트인 탄압 ▲홍콩 민주주의 해체 ▲체제 유지를 위해 곳곳에 설치한 국민감시망을 풍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두 중국 공산당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해당 포스터는 현재 SNS를 통해 널리 퍼져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중국학생단체들 “인종차별 표출한 포스터 제거하라”며 대학 측에 항의

    이런 포스터가 캠퍼스 곳곳에 붙자 중국학생학자연합회(CSSA)와 중국문화협회(CCA)가 “인종차별적 포스터를 제거하라”며 대학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두 단체는 포스터를 두고 “미국에서 벌어지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 행태를 표출한 그림”이라며 “포스터를 제거하고 이를 제작·게시한 자를 색출해 신원을 공개하라”고 대학 측에 요구했다.

    대학 측은 지난주 이들 단체의 요구대로 포스터를 제거하고, 이를 제작·게시한 사람을 색출해 개인정보를 공개하려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번에는 조지워싱턴대 재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마크 라이튼 총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학내 커뮤니티에 공식 사과를 했다.

    라이튼 총장은 “해당 포스터에 이의를 제기하는 메일을 받고 ‘포스터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회신을 했는데 성급한 대응이었다”며 “해당 포스터에 담긴 내용이 인종차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포스터를 제작·게시한 사람을 찾거나 조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 ▲ '바디우차우'는 미국 의회 앞에서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풍자 포스터 전시회를 열었다. ⓒ바디우차우 트위터 캡쳐.
    ▲ '바디우차우'는 미국 의회 앞에서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풍자 포스터 전시회를 열었다. ⓒ바디우차우 트위터 캡쳐.
    재학생들 “中공산당, 모든 수단 동원해 해외 반체제 세력 제거하려는 것 알고 있다”

    총장이 사과를 했지만 학내 여론은 여전히 중국에 매우 비판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익명의 한 재학생은 “두 중국단체는 아시아인과 중국계 미국인을 대표하는 단체가 아니다”며 “중국 공산당 지침을 따르는 중국유학생들에게 위협을 받으며 공포 속에 살고 있는, 나의 홍콩, 티베트 출신 친구들은 신장위구르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응원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다른 재학생은 “중국유학생들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희화화 포스터를 훼손·제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 공산당이 모든 역량을 동원해 해외에 있는 반체제 세력을 제거하려는 걸 알고 있다”면서 “그들은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방패로 삼아 미국에서 티베트, 위구르, 홍콩의 인권탄압을 논의조차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중국 공산당을 비난했다.

    또 다른 재학생은 “대학 측이 중국 공산당이나 중국계 유학생들로부터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고 있지 않는 이상 이런 식으로 대처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대학 측에 재무상태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지 대사관 거쳐 中공산당 통일전선부 지시 따르는 中학생단체

    이 사건이 알려지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트위터에 “많은 미국 대학이 중국 공산당의 미국 내 언론 검열을 돕는 대리인으로 전락했다”고 한탄했다.

    대학 측에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라며 포스터 제거를 요구한 중국학생학자연합회(CSSA)는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가 현지 대사관을 통해 지휘하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의회 소속 ‘미중경제안보위원회’도 2018년 연례보고서에서 CSSA가 중국 공산당 관변단체라고 경고한 바 있다.

    CSSA는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아와 중앙일보에 따르면, 2008년 4월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당시 4만명의 중국유학생을 동원해 벌인 폭동, 2019년 11월 고려대를 비롯한 국내 대학에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훼손할 때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