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지시 없었다면 이럴 수 없을 것"… 복수의 광역자치단체 공무원들 증언①법인카드는 사전 품의 없이 사용 못해… 물품 준비, 급박하게 요구했을 가능성②편법으로 가짜 품의 올리고, 실제로는 특정 업체에서 선결제했을 가능성③1회에 12만원 반복한 이유… 1인당 식사비 3만원, 코로나로 4인까지만 허용④경기도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엔 '직원 격려' 명목으로 기재… 수사해야
  • ▲ 경기도가 공개한 지난해 6월 16일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 경기도가 공개한 지난해 6월 16일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 경기도지사비서실 직원이 법인카드 '바꿔치기' 결제를 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이 같은 결제 수법이 이용된 데는 김씨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복수의 광역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목소리여서 주목된다.

    이들은 "어느 지방자치단체나 마찬가지지만, 법인카드는 사전 품의 없이 사용하면 안 된다"면서 "김혜경 씨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들어 주려다보니 먼저 개인카드로 결제하고 사후에 법인카드로 '바꿔치기'해서 긁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김혜경 씨 지시 아니면 바꿔치기 결제 설명 안 돼"

    한 광역자치단체 공무원은 "예를 들어 김혜경 씨가 오전 10시에 연락해, 12시까지 소고기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가정하면 품의~승인까지 시간상 촉박할 수밖에 없다"면서 "경기도청 직원이 개인카드로 소고기를 먼저 구입한 뒤 품의 승인 이후 비서실 법인카드로 바꿔 결제했다면 김혜경 씨의 요청에 의한 것 말고는 가정하기 힘들다. 상습적인 바꿔치기 결제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그는 "김씨의 지시나 요구가 없었다면 개인카드를 쓸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경 씨의 요구를 들어 주는 동시에 법인카드 사용 규정을 지키려니 정육점이 아닌 정육식당을 이용한 것 같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인카드 유용을 김씨가 지속적으로 지시했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법원도 법인카드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횡령 혹은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KBS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6월 경기도 총무과 소속 5급 공무원 배소현 씨는 7급 공무원 A씨와 통화에서 "사모님이 내일 초밥 올려 달라고 그랬어"라며 김씨의 지시가 있었음을 드러냈다.

    KBS가 확보한 A씨의 카드 결제 내역을 보면 지난해 4월 A씨는 개인카드로 한우 고깃값 11만8000원을 결제한 뒤 다음날 이를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했다.

    또 다른 광역자치단체 공무원은 "편법이지만 가짜 품의를 올려 실제로 사용하지 않고 특정 업체에 선결제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이런 방법을 사용했는지도 경기도 감사에서 살펴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무원은 "비서실 법인카드 외에 타 부서에서도 김혜경 씨의 사적인 용도에 법인카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공식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지자체장 배우자가 여성과 관련한 행사 등에 참여하는 경우 의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확인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상황에 따라 일주일에 한두 번 법인카드를 썼고, 1회에 무조건 12만원을 채우는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결제가 이뤄졌다"는 7급 공무원 A씨의 증언과 관련해서는 " 1인당 3만원까지 식사비로 사용할 수 있고, 코로나 사태로 모임 인원이 4명으로 제한됐기 때문에 법인카드를 회당 12만원 이하로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업추비 집행 내역에는 '직원 격려' 비용으로 둔갑

    경기도는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한 경기도청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관련 '직원 격려'에 사용한 것으로 포장했다. 사실상 김씨의 개인 용도에 사용된 공금이 공공 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둔갑한 것이다.

    김씨의 요청에 따라 구입한 초밥 등의 구입비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6월16일 경기도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확인한 결과, 성남시 서현동의 한 초밥집에서 42만4000원을 자치행정과 직원 격려 명목으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A씨가 개인카드로 결제했다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한 소고기값 11만8000원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서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카드 결제가 이뤄진 4월14일자 경기도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살펴 본 결과, 이날 경기도는 한 마트에서 4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치료센터 근무자 격려가 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