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거취 두고 '반문' 분열 조짐… 장제원·진중권·권경애 설전
  •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아들 노엘(장용진)이 구속 송치된 지난 10월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아들 노엘(장용진)이 구속 송치된 지난 10월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백의종군'을 선언한 장제원 의원의 실제 역할을 두고 장 의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권경애 변호사 등 장외인사들 간 수위 높은 설전이 이어졌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앞두고 모처럼 의기투합한 범보수·진보·중도세력이 벌써부터 균열 조짐을 보인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진중권·권경애, '장제원 비선 실세론' 언급

    논란의 발단은 '조국 흑서'의 공동저자인 진 전 교수와 권 변호사가 장 의원의 '막후 실세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비롯됐다.

    진 전 교수는 29일 페이스북에 장 의원을 겨냥해 "나는 그저 입으로 '백의종군'하고 있다는 의원 하나 비꼬았을 뿐인데, 그걸 무려 '정권교체의 훼방꾼'이라고 표현하지 않나. 이게 백의종군하는 사람이 할 소리냐"며 "선거 캠페인 전체를 컨트롤하는 자기를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진 전 교수는 또 지난 28일에는 페이스북에 "차지철 역할을 지금 장제원이 하고 있고, 여의도 바닥에는 벌써 '장순실(장제원+최순실)'이라는 말이 나도는 모양이다. 캠프의 메시지가 산으로 가고 있지 않나"라며 장 의원의 비선 실세론을 언급했다.

    이어 "김병준은 허수아비다. 자기들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 자리에 앉힌 것이다. 채용비리 김성태 임명하는 거나, 철 지난 지역주의로 충청도 일정 잡는 거나, 웬만한 돌머리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질타한 진 전 교수는 "다 장제원 머리에서 나온 거라 본다. 후보 곁을 떠난다고 말한 건 대국민 사기라고 보면 된다"고도 주장했다.

    진 전 교수와 함께 '조국 흑서'를 공동저술한 권 변호사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권 변호사는 선대위 인선 갈등으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합류가 무산된 것을 두고 조선시대 훈구파가 조광조를 비롯한 신진 사림파들을 숙청한 '기묘사화'에 빗대 "김종인 상왕설을 퍼뜨린 세력들이 결국 승리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권 변호사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같이 적으며 "협상 결렬을 반기는 이들은 김종인 박사가 '문고리 3인방'이라고 했던 권성동·장제원·윤한홍 등 삼공신만이 아니다"라며 "김종인 박사를 '상왕'이라 맹공격을 퍼부었던 더불어민주당은 터져 나오는 환호를 눌러 참으며 애를 쓰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제원 "명예훼손 멈추라… 법적 대응 할 것"

    이에 장 의원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장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진 전 교수는 '진정한 정권교체 훼방꾼'"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는 "더 이상의 음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때로는 법적 대응도 하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이어 "권경애 변호사는 저에 대한 명예훼손을 멈추기 바란다"고 주문한 장 의원은 "저는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다. 선대위에 들어가지 않아도 국민의힘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하고 지원해야 한다. 아니, 반드시 해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삼각 설전'을 두고 윤 후보는 29일 오전 첫 선대위 회의 직후 "각각의 문제라 제가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윤 후보 선대위에서 장 의원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캠프 선대위에서는 (장 의원이) 어떤 직책도 맡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윤 후보는 이어 '장제원 비선 실세론'을 의식한 듯 "모든 일은 자기 사무실도 있고 공식 직책이 있어야 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처럼 '정권교체'로 의기투합했는데… 벌써부터 균열" 우려

    그러나 장 의원의 역할론을 두고 장 의원과 장외인사들 간 공방이 지속되면서 당 내부에서는 윤 후보가 지향하는 '정권교체 용광로'에 벌써부터 분열 조짐이 보인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권 지지자였던 진 전 교수와 권 변호사를 비롯해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이 높은데도 윤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당 내외 할 것 없이 분열을 초래하는 공격적인 말들이 오가며 국민을 피로하게 했기 때문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며 "지금은 균열이 아닌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 인선 갈등 때문에 윤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여론조사 지표가 객관적인 수치로 나왔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윤 후보는 이 같은 갈등이 더 길어져 선대위가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서둘러 갈등을 봉합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김 전 위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