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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덕영 "시민 성금으로 자유·인권 알리는 '리버티국제영화제' 출범"

'김일성의 아이들' 연출한 김덕영 감독, 제1회 리버티국제영화제 진두지휘'자유' '인권' 주제로 11월 22~27일 온라인 개최… 50여개국서 360여편 출품

입력 2021-11-19 17:11 | 수정 2021-11-20 17:57

▲ 자유와 인권을 주제로 한 '제1회 리버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덕영 감독. 김 감독은 다큐멘터리 '김일성의 아이들'을 연출해 '로마국제무비어워즈'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정상윤 기자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버마의 청년들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작품 속에는 사실 제 아들이 등장합니다. 24살 된 젊은 아이인데, 벌써 몇 달째 거리에 나가 데모를 하고 있습니다. 버마의 민주주의를 올바로 세우기 위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1회 리버티국제영화제(Liberty International Movie Festival)'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덕영 감독은 어느 날 한 외국인 감독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자신의 아들이 몇 달째 미얀마 거리에 나가 데모를 하고 있는데, 그런 모습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본선 경쟁작으로 선정해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감독의 이름은 보릿 야닉(Borit Yannik). 그는 미얀마 양곤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 평범한 프랑스인이었다. 영화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도 없던 그가 카메라를 들고 미얀마 민중의 저항을 기록하게 된 것은 바로 그의 아들 때문이었다.

미얀마 여성과 결혼해서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려오던 보릿 야닉 감독은 군부 쿠데타 이후 가정이 완전히 파괴됐다. 장인은 반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군인들에게 체포됐고, 미얀마인 아내 역시 체포 당할 것이 두려워 어디론가 도망친 상태였다. 여기에 아들 까지 데모에 나가 몇 달째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
결국 그가 영화를 만든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 속에서 혹시라도 아들이 위험에 빠진다면 달려가서 아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렇게 기록한 하루하루의 영상이 모여서 1시간 15분짜리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로 완성됐다.

김덕영 감독은 "보릿 야닉 감독이 자신의 기록 영화 '천사들의 보랏빛 타나카(The Purple Thanaka of the Angels)'를 전 세계 수많은 국제영화제에 출품했지만 단 한 곳도 받아준 곳이 없었다"며 "제가 시작하는 리버티국제영화제가 그의 영화를 받아준 첫 영화제인 셈"이라고 말했다.

"문득 그의 메일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습니다. 어쩌면 리버티국제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1년 넘게 애를 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 감독은 "대부분의 영화제들은 작품의 완성도나 주연 배우, 유명 감독들의 작품을 선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보릿 야닉 감독의 영화처럼 다소 완성도가 떨어지고 거친 화면이 나오는 영화들은 조명을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씁쓸해 했다.
"사실 리버티국제영화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산이 많거나 화려한 레드카펫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배우 하나 없이 우리도 시작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이 외면했지만, 평범하고 소박한 개인들이 외치는 소중한 진실의 목소리들을 받아 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저희들의 역할을 다했다고 믿습니다. 이 세상 어느 한구석에 이런 영화제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꿈이 결국 현실이 된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자유(Liberty)'와 '인권(Human Rights)'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제를 꿈꿨던 김 감독은 지난해 50여명의 발기인들과 후원회원들을 모아 리버티국제영화제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그러나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영화제의 규모를 단박에 키우기 위해 지자체 근처를 기웃거리는 뻔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시민들의 성금을 모아 국제영화제를 개최한다는 목표를 세운 김 감독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1~2만원을 차곡차곡 모으고, 직접 발품을 팔아 전 세계 신진 작가들로부터 출품작을 받았다.

놀랍게도 아직 첫 발도 떼지 않은 영화제를 위해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360여편의 작품을 보내왔다. 수십억대 예산을 확보하고 운영되는 국내 영화제들의 출품작도 대부분 300여편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였다. 예산도 없고, 지명도 있는 영화감독이나 작가들이 존재하지도 않는 상황 속에서 이룬 이 같은 성과는 김 감독에게 큰 용기와 힘이 됐다.
"리버티국제영화제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케이팝·영화·드라마 등 K-콘텐츠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제 주최국이자 개막식이 열리는 로케이션 'Seoul', 'Korea'라는 단어만으로도 전 세계인들이 신뢰할 수 있고,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리버티국제영화제의 성공 요인을 '겸손하게' 외적인 부분에서 찾은 김 감독은 "여기에 더해서 자유와 인권을 전면에 화제의 타이틀로 내건 국제영화제가 실제로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도 전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김 감독은 "자유와 인권은 많은 영화들이 추구하는 가치지만, 막상 그걸 타이틀로 내걸고 선명하게 주제를 부각시킨 영화제는 많지 않다"며 "단순하지만 세계인들이 모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리버티'라는 개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리버티국제영화제를 내실 있고 내용 있는 온라인 영화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는 김 감독은 "영화 배급 구조가 극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 영화감독들의 작품과 아마추어 학생 부문을 나눠서 경쟁작들을 선별했다"고 밝힌 그는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이 자유와 인권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를 스스로 탐색하는, 일종의 교육 과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 감독이 공언한대로 제1회 리버티국제영화제에는 자유와 인권, 그리고 소시민과 아이들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본선에 진출했다.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사회적 현상들을 일반 미디어의 관점이 아니라 감독 개인의 독특한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본선 진출작들의 특징이다.

중국 당국의 압제에 맞서 홍콩 시민들이 벌인 민주화 투쟁 과정을 3년 동안 기록한 영화와, 정치적 박해 속에 7만여명의 멕시코 시민들이 실종된 사건,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인도의 빈민계층에게 끼친 영향 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이번 영화제에 출품됐다.

또 우즈베키스탄 길거리 아이들의 소박한 행복과 우정을 담은 단편영화 'Traffic Lights'을 만든 이슬롬 루스 탐(Islom Rustam o'g'li Riskulov) 감독에서부터 'Winner'라는 애니메이션을 만든 슬로바키아 사무엘 초 반(Samuel Chovan) 감독까지 20대 무명 감독들도 리버티국제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 영화 팬들을 만날 채비를 갖췄다.

"애초부터 돈을 중심으로 사고를 했다면, 이런 멋진 작품들이 출품하는 국제영화제 개최를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이라는 소재를 담은 영화들을 더욱 많이 발굴하고 전 세계가 갈등과 대립보다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는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김 감독은 "나라를 외세에 잃어 버리고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대한민국에서, 공산주의와의 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 지켜낸 대한민국에서, 케이팝과 영화, 드라마, 한글로 문화의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담은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영광으로 다가온다"며 "먼 훗날 자유의 가치와 인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애쓴 영화제로 사람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6.25전쟁 이후 북한이 은밀하게 진행한 '전쟁고아 위탁교육 프로젝트'를 폭로한 다큐멘터리영화 '김일성의 아이들'로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감독. 이 작품은 지난해 '로마국제무비어워즈(Rome International Movie Awards)'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 작품상(Best Documentary Feature)을 수상했다.

제1회 리버티국제영화제는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6일간 온라인(홈페이지·유튜브)으로 진행된다. 11월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신인감독상, 최우수 남자 배우상, 최우수 여자 배우상 등 각 부문 별 20명의 수상자들이 상패를 받을 예정이다.

▲ 보릿 야닉 감독의 '천사들의 보랏빛 타나카'. 미얀마(2021) ⓒ리버티국제영화제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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