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간수사 나오면 특검 강력히 요구"… '50억 클럽' 홍선근 매체와 인터뷰선대위 상임고문 이해찬과 회동 후 입장 바꿔… 정치권 "이해찬 훈수 있었을 것"국민의힘 "지지율 하락하니 특검 수용… 민주당 조건 없이 협상해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20대 대선 후보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20대 대선 후보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야권의 '대장동 게이트'를 대상으로 한 특별검사제 주장을 사실상 수용했다. 

    하지만 대장동 게이트가 불거진 지 두 달이 넘은 시점에서 특검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또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내년 대선 전 수사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야권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시간 끌기' 꼼수가 성공했다"는 혹평이 나왔다.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특혜 없이는 화천대유 측이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없었다는 것이 야권이 제기하는 의혹의 핵심이지만, 특검 수사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이미 벌었을 뿐 아니라, 특검 도입을 주장함으로써 '프레임'을 타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李 "檢 중간수사 결과로 특검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올 것"

    이 후보는 뉴스1과 인터뷰를 통해 18일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제 문제를 포함해 자꾸 의심하니 깨끗하게 터는 차원에서라도 특검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곧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가 나올 텐데, 특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겠나"라고 반문한 이 후보는 "제가 특검을 강력히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아 특검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해온 이 후보의 주장으로 미뤄볼 때 이 후보 역시 검찰 수사가 부실하다고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검찰이 진실을 규명해 저의 무고함을 밝혀 주겠지 했더니 해야 할 수사는 하지 않고 저에 대해 이상한, 쓸데없는 정보를 언론에 흘려 공격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검찰이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비리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등에 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 당 선대위 회의에서 "최초 자금 조성 경위에 관여한 윤석열 후보의 직무유기, 하나은행의 고액 거래 대출을 하면서 배당을 안 받고 특정인에게 몰아준 배임적 설계에 엄정하게 수사해 주기를 촉구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 1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는 "검찰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문이 남으면 특검이든 어떤 형태로든 완벽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건부 특검 도입 의견을 제시했다.

    대장동 사건이 '이재명 게이트'로 인식되는 것과 관련, 이 후보는 "단 한 푼의 부정이나 한 톨의 먼지라도 있었으면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기초단체장으로 살아 남았겠느냐. 살아 남기 위해서, 싸우기 위해서라도 저는 부정부패를 하지 않았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해찬과 회동 후 '특검'으로 선회

    이 후보가 '특검 도입' 쪽으로 가닥을 잡은 데는 전날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은 이해찬 전 대표와 만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난 두 사람은 특검 도입 여부에 따른 의견 교환을 포함해 최근 불거진 '선대위 쇄신론'과 관련해 깊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날 국민일보는 이 전 대표 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선대위 쇄신 방향과 정책 공약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특검 수용과 관련한 훈수를 두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이 후보가 12월에 특검 도입을 요구해 즉시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내년 3월9일 대선 전에 특검이 수사를 마무리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 전 대표의 훈수라는 것이다.

    또 프레임 싸움에서 야권에 밀리는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대선 승리가 일찌감치 물 건너갈 수 있기 때문에 '프레임 타파' 차원에서라도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데 두 사람이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하니 특검 수용… 검찰, 李 봐주려 늑장수사"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지율 하락에 장사 없다"면서 "이 후보가 속절없이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를 직면하고서야 어쩔 수 없이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 대변인은 이어 "특검 수용 이유를 '검찰 탓'에서 찾는 이재명식 궤변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검찰이 이 후보를 봐주기 위해 얼마나 황당한 부실수사, 늑장수사를 했는지 온 국민이 지켜봤다. 여당에서도 특검 요구를 받을 때마다 검찰 수사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변명을 했다"고 공세를 취했다.

    "이제 와서 여론이 불리해지니 '검찰 탓'인가. 이런 대선후보를 기를 쓰고 보호하려 했던 검찰도 한심하고, 검찰을 방패막이 삼다가 불리하니 '네 탓' 대상으로 삼는 대선후보도 한심하다"고 개탄한 허 대변인은 "이 후보는 무슨 비장한 결단을 내린 것처럼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궁지에 몰려 국민의 '강력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허 대변인은 "어떤 꼼수가 뒤에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특검 구성을 늦출 수도 있고, 특검 수사 대상을 물타기 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지금 즉시 조건 없는 특검 협상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특검 수용 소식에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이재명 당시 시장의 묵인 또는 승인을 이야기하지 않고 화천대유의 수익 창출을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건설업계에 있는 사람 100이면 100 모두가 인정하는 팩트"라며 "수사 의지만 있으면 검찰이든 특검이든 이를 밝히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