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로부터 5억 수수' 혐의도 빼… "사실상 영장 혐의 3분의 2가 날아간 것" "배임 혐의 적용할 경우 이재명 엮일 수밖에 없어… 전형적인 봐주기 기소"검찰 "구체적 내용 명확히 한 뒤 추가 기소할 예정"
  • ▲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하면서 배임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고려한 '봐주기 기소'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21일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따른 법률위반(뇌물), 부정처사 후 수뢰(약속)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유 전 본부장이 2013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시절 천화동인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부동산 개발업자 정재창 씨 등으로부터 3억52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유동규 700억 받기로 약속하고 화천대유에 특혜 줘"… 배임‧5억 수수 혐의는 제외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체로 화천대유가 선정되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제외하는 등의 특혜를 줬다는 혐의도 받는다.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근무한 2014년부터 2015년 사이 화천대유에 수익을 몰아주기로 하고, 자신은 향후 사업 수익금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그러나 지난 2일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적용한 배임 혐의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5억원을 수수한 혐의는 포함하지 않았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에 이익을 몰아줌으로써 수천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고 적시했는데, 공소장에서는 이를 뺀 것이다. 

    수사팀은 "공범관계 및 구체적 행위 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추가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 사실이 공소장에서는 제외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 "배임 혐의 적용할 경우 이재명 엮일 수밖에 없어… 전형적인 '봐주기 기소'"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이런 중요한 범죄사범에 대해 (구속영장에) 적시된 것과 기소 혐의가 다른 것은 처음 봤다"고 비판했다. 

    서 변호사는 "이재명 후보가 직접적으로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이 후보는 (대장동 사업과 관련된) 최종 결정권자"라며 "배임 혐의를 적용할 경우 이 후보가 어떤 식으로든 엮였을 것이다. 전형적인 '봐주기 기소'"라고 지적했다.

    구주와 법무법인 파라클레토스 변호사도 "검찰이 구속영장에 들어 있던 배임 혐의를 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수사 과정에서 이 후보와 연관성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고 보인다"면서 비판에 가세했다. 

    공범관계를 파악한 후 추가 기소하겠다는 검찰의 발표에 구 변호사는 "공범들은 별도로 추가 기소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검찰은 그간 성남시를 대상으로 네 차례 압수수색을 집행하며 성남시장실과 비서실을 제외해 비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23일 만에 이뤄진 5차 압수수색에서 시장실과 비서실을 압수수색했지만, 관계기관 직원들이 이미 관련 자료를 처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박범계 법무부장관마저 "로비 부분에 대한 수사는 진척이 되고 있지 않다"고 지난 21일 이례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의 관련 의혹을 극구 부인한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22일 성명을 내고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김만배 씨가 자신에게 수백억원을 줄 것처럼 얘기하자, 맞장구치며 따라다니면 얼마라도 챙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다 동업자들 사이에 끼인 것"이라며 "녹음당하는 줄도 모르고 얘기하다 주범 혹은 '키맨'으로 잘못 몰린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 ⓒ뉴시스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