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6일 형수에 안성 농지 1084㎡ 증여… 민주당, 4일 뒤 부동산 전수조사 의뢰직접 농사 안 지으면 농지법 위반… 현장 가보니 잡초 무성, 최근 경작 흔적 없어이재명 선대본 부본부장 맡아…공무원 친형은 '땅 투기' 혐의로 경찰 수사
  • ▲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의 소속 의원 권익위 부동산 전수조사 의뢰 4일 전 농지를 형수에게 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데일리DB
    ▲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의 소속 의원 권익위 부동산 전수조사 의뢰 4일 전 농지를 형수에게 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데일리DB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성)이 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소속 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를 의뢰하기 4일 전 자신 소유 농지를 형수에게 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의원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소유 부동산까지 포함된 권익위 전수조사를 앞두고 이 의원이 직계 존·비속에서 제외되는 형수에게 농지를 증여한 것이다. 

    이규민, 권익위 조사 의뢰 4일 전 형수에게 농지 증여

    30일 2021년 국회의원 재산공개자료에 따르면, 이 의원은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장능리에 농지(畓) 1084㎡(가액 4780만4000원)를 소유했다. 그런데 이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본 결과 이 토지의 소유자는 지난 4월5일 이 의원에서 한모 씨로 바뀌었다. 농지를 증여받은 한씨는 이 의원의 형수다.

    등기 변경 원인은 증여다. 등기부등본상의 등기 원인에는 이 의원이 지난 3월26일 농지를 한씨에게 증여했다고 표기됐다. 이후 4월5일 한씨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됐다. 공교롭게도 등기에 표기된 한씨와 이 의원의 주소는 번지수까지 같다.

    문제는 이 의원이 증여한 지 4일 만인 3월30일, 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소속 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를 요청했다는 점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시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오늘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를 선제로 실시하겠다"며 "권익위에 당 소속 의원의 부동산 소유 및 거래 현황에 관한 전수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배우자를 포함해 직계 존·비속 소유 부동산 전수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권익위에 따르면, 전수조사에서 국회의원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에 포함되지 않는 형제들을 대상으로는 조사하지 않았다.

  • ▲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유했던 농지를 형수 한모 씨에게 증여했다는 등기부등본 기록. 이 의원도 부친에게 상속이 아닌 증여를 받았다고 나온다. ⓒ등기부등본 캡처
    ▲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유했던 농지를 형수 한모 씨에게 증여했다는 등기부등본 기록. 이 의원도 부친에게 상속이 아닌 증여를 받았다고 나온다. ⓒ등기부등본 캡처
    권익위는 지난 6월7일, 약 2달간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민주당 소속 의원 12명에게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시 권익위 부동산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명단을 전달받고, 비례대표 의원 2명을 제명하고 지역구 의원 10명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이 의원은 부동산 불법  소유 의혹을 받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농지에는 잡초와 말라버린 옥수수만 무성

    일각에서는 농지법과 관련한 논란이 있을 것을 우려한 이 의원이 일찌감치 증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토지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의원은 2012년 8월29일 부친으로부터 농지를 증여받았다. 1만㎡ 이하 농지를 비농업인도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상속과 달리 증여에 의한 농지 취득은 경자유전 원칙이 적용된다.

    이 의원이 2012년 증여 당시 제출한 농지취득자격증명신청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농지 취득 목적에는 '농업 경영'이라고 표기했다. 신청서에서 이 의원은 농업 경영의 노동력 확보 방안으로 '자기 노동력'란에 표시했다. 취득 원인에는 '증여'라고 명시했다.

    그런데 이 의원은 2003년부터 줄곧 다양한 직종에서 일해왔다. ▲2003~15년 안성신문 대표이사 ▲2015년 10월~2018년 11월 민주당 국민통합위원회 경기도당 부위원장 ▲2017년 5월 ~2019년 4월 안성평화의소녀상추진위원회 상임대표 ▲2017년 12월~2018년 9월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2019년 2~12월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9일 이 의원이 소유했던 농지를 방문했지만 최근에 농사를 지은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토지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7~8월이 제철인 옥수수는 바싹 마른 상태였다. 농지 근처의 한 주민은 "(해당 농지에서) 농사를 짓는 것을 요즘 몇 년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 ▲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형수에게 증여한 농지. 29일 본지가 찾은 농지에는 옥수수 나무가 말라 있고 잡초가 무성하다.옥수수 수확 시기는 7~8월이다. ⓒ오승영 기자
    ▲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형수에게 증여한 농지. 29일 본지가 찾은 농지에는 옥수수 나무가 말라 있고 잡초가 무성하다.옥수수 수확 시기는 7~8월이다. ⓒ오승영 기자
    현행 농지법은 농지의 투기적 소유 및 미경작 농지 방지를 위해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휴경·임대·전부 위탁 등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경우 처분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처분명령을 내리고 처분명령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이규민 "부친 산소 쓸 땅, 옥수수나무 심어 놓고 벼농사도 지었다"

    이 의원은 이 농지를 농지법 위반 의혹이나 권익위 조사와 연관짓는 것을 경계했다. 이 의원은 30일 통화에서 "아버님께서 돌아가시면 자기 산소로 쓰라고 준 땅"이라며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재산공개가 되니까 형님이 자신이 관리하겠다고 해서 준 것"이라며 해명했다.

    실제로 농사를 지었는지 여부에 대해 이 의원은 "(나는) 농업인 후계자다. 벼 받아서 농사짓고 수맥까지 놓은 근거가 있는데 누가 농사 안 지었다고 하느냐"며 "옥수수를 다 심어놨고 전까지는 벼농사를 지었다"고 주장했다. 권익위 전수조사와 관련해서는 "그것과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 ▲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형수에게 증여한 농지. 29일 본지가 찾은 농지에는 옥수수 나무가 말라 있고 잡초가 무성하다. 뒷편 다른 지번에서는 논 농사가 이뤄지고 있다. ⓒ오승영 기자
    ▲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형수에게 증여한 농지. 29일 본지가 찾은 농지에는 옥수수 나무가 말라 있고 잡초가 무성하다. 뒷편 다른 지번에서는 논 농사가 이뤄지고 있다. ⓒ오승영 기자
    이 의원은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선후보의 핵심측근으로 불린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자 경기도지사직인수위원회 노동경제환경분과 위원을 맡았다. 이후 2019년에는 경기도 산하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을 맡았다. 현재 이 의원은 이재명 경선후보의 선거캠프인 '열린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 겸 조직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 의원은 윤미향 사태 당시에도 논란의 가운데 서기도 했다. 이 의원은 2013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가 안성 쉼터로 사용할 주택을 사들일 당시 해당 주택을 소개해준 사실이 지난해 드러나기도 했다.

    이규민 형은 내부정보 이용 부동산 투기 혐의로 경찰 수사

    한편 이 의원에게 농지를 증여받은 한씨가 제출한 농지취득자격증명신청서상의 취득 목적도 '농업 경영'이다. 

    5000만원 이하 토지를 증여받으면 취득세 3.5%, 부가세 0.5%를 합산해 4%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4780만4000원의 토지를 증여받으면 191만2160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신청서에 따르면 한씨는 감자와 옥수수 농사를 짓겠다고 했고, 농업 경영 노동력 확보 방안으로는 '자기 노동력'에 표기했다. 취득자 및 세대원의 영농능력란에 본인과 남편 이씨를 기재하고 농업이 가능하다고 적기도 했다.

    이 의원의 형이자 한씨의 남편인 안성시청 소속 공무원(4급) 이씨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을 투기했다는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로 지난 5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이씨는 2015년 5월, 공원 용지로 묶여 10년 동안 개발이 제한된 안성시 땅을 아내 한씨의 명의로 약 4억원에 사들였는데, 6개월 뒤 제한이 풀리면서 여섯 배에 가까운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