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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협에 맞서면서 대만과 밀착하는 유럽소국 리투아니아

대만 대표부 설치·코로나 백신도 제공…2월엔 안보 이유로 화웨이·뉵텍 장비 사용금지친중협력체제 ‘17+1 정상회의’서 탈퇴…이후 유럽각국서 ‘탈중국화’ 조짐 확산 중

입력 2021-08-13 15:57 | 수정 2021-08-13 15:57

▲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 백신을 맞고 있다. 어떤 나라의 친중파 대통령처럼 숨어서 백신을 접종하지는 않는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구 280만명의 유럽 소국 리투아니아가 중국의 위협에도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대신 대만과는 갈수록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리투아니아를 계속 협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이 유럽국가의 ‘탈중국화’가 도미노처럼 일어날까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만대표부’ 설치 계획대로 추진하자 리투아니아 협박하는 중국

중국은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리투아니아 주재 자국대사를 소환했다. 중국은 리투아니아에게도 “중국주재 대사를 소환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리투아니아와 대만이 지난 7월 “수도 빌뉴스에 올 가을 ‘대만대표처’를 설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뒤 취한 조치였다. 리투아니아는 이에 굴하지 않고 11일 자국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디아나 미케베치에네 중국주재 리투아니아 대사는 “중국의 자국대사 소환 하루 만에 본국에서 귀국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미케베치에네 대사는 “다른 지역에 갔다가 중국에 도착했더니 중국 측의 출국 요청이 있었다”면서 “21일의 격리기간이 끝나면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자신들의 요구대로 대사를 소환한 리투아니아를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화춘잉 대변인은 11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며 “(리투아니아가) 입으로만 ‘하나의 중국’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공공연히 대만과 정부 간 교류를 하고 대만 독립세력의 플랫폼이 되는 것을 중국 인민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춘잉 대변인은 “리투아니아가 대만대표처 설립을 허용한 것을 중국의 주권과 영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한 만큼 우리는 이에 정당하고 합리적인 대응을 할 권리가 있다”면서 “리투아니아는 중국의 주권·영토 보전에 대한 확고한 결심과 의지를 오판하지 말라”고 위협했다.

리투아니아 “우리는 주권국, 대외정책 스스로 결정한다”…응원하는 EU와 미국

리투아니아 측은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이 ‘대만대표처’의 명칭 변경을 요구하며 자국대사를 소환하겠다고 밝히자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리투아니아는 주권국가로 대외정책은 스스로 결정한다”며 반박했다고 대만영자매체 타이완뉴스가 전했다.

리투아니아 외교부 또한 성명을 통해 “자국 대사를 소환하기로 한 중국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지만 유럽연합(EU)의 다른 많은 나라들처럼 대만과 상호 유익한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 지난해 8월 리투아니아-벨라루스 접경지역에 모여 벨라루스 독재정권을 규탄하는 리투아니아 시민들. 리투아니아 시민들은 소련 통치 경험 때문에 공산주의 체제나 독재체제를 대단히 싫어한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럽연합(EU)과 미국도 리투아니라를 지지했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EU 대외사무부(EEAS) 나빌라 마스랄리 대변인은 10일 “이번 일은 리투아니아와 중국 간의 문제지만 불가피하게 EU와 중국 관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EU는 대만과의 관계를 깊게 하는 데도 관심이 있다. EU에서 생각하는 ‘하나의 중국’과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은 같은 게 아니다”라며 리투아니아를 지지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같은 날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와 연대할 것”이라며 “대사소환 등 중국이 저지른 최근의 보복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어 “모든 나라는 대만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자유롭게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을 향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다른 나라에 강요(coercion)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 보면서 ‘반중’ 돌아선 리투아니아…EU서 ‘탈중국화’ 이끌어

리투아니아가 처음부터 반중국가는 아니었다. 시진핑이 2012년부터 시작한 중국과 유럽 소국 간의 모임인 ‘17+1 정상회의’에도 참가했고, 2017년에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도 동참하려 했다. 그러다 2019년 있었던 홍콩의 반중시위를 보면서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대는 ‘홍콩의 길’이라는 인간 띠를 만들었다. 1989년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이 소련에서의 독립을 주장하며 만든 ‘발트의 길’을 본 땄다. 중국이 홍콩 민주화 시위대를 탄압하는 것을 본 리투아니아 국민들 사이에서는 반중정서가 심해졌고, 대신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한다.

리투아니아의 ‘탈중국화’는 올해 들어서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2월에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화웨이와 뉵텍(Nuctec) 장비의 반입·사용을 금지했다. 3월에는 ‘대만대표부’를 수도 리뉴스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5월에는 “EU 회원국이라면 당연히 빠져야 한다”면서 ‘17+1 정상회의’에서의 탈퇴를 선언했다. 같은 달 리투아니아 의회는 신장 위구르 탄압을 가리켜 ‘인종학살’이라고 맹비난했다. 6월에는 당시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던 대만에게 코로나 백신 2만 회분을 무상 제공했다. 그리고 7월에는 “올 가을 ‘중국 타이베이 대표부’가 아닌 ‘대만 대표부’를 설치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리투아니아의 조치에 강경한 대응을 하는 이유는 대만에 우호적인 EU 회원국 사이에서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까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등 ‘발트 3국’은 전통적으로 대외정책에서 리투아니아와 보조를 맞춘 전례가 많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중국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체코가 철도·항만·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중국의 입찰을 배제한다고 밝혔고, 그리스에서 중국 자본이 항만을 인수하는 것에 제동을 건 것 등이 리투아니아의 ‘탈중국화’ 영향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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