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위원장 "코로나 확산, 집회 때문 아냐" 담화문… 시민들 "文정부-민노총, 남 탓만… 피해는 국민 몫" 비난
  •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 8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지난 3일 서울 종로2가에 모여 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 8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지난 3일 서울 종로2가에 모여 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재확산 우려가 커졌다. 

    민주노총은 그러나 "코로나 확산은 정부 탓"이라며 "민주노총에 대한 마녀사냥에 강력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규모 집회에 정부가 일관성 있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이미 지역사회에서 N차 감염이 번졌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들은 "정부와 민주노총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이제 와 서로 남 탓 하는 것은 양쪽이 똑같다"고 질타했다.

    민주노총 "文정부, 자기들이 잘못해 놓고 우리 탓한다" 불쾌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담화문에서 "코로나 확산은 정부의 방역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 집회 참석자에 대해 방역당국은 '강서구 직장 관련 확진자'로 규정하며 집회를 통한 감염이 확인되지 않았음을 밝혔다"면서 "그럼에도 국무총리가 앞장서서 '민주노총 집회 확진자'로 규정하며 방역 실패의 책임을 민주노총에 전가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노총은 유증상자에 대해서 반드시 진단검사를 시행하도록 했고, 이번에 확인된 조합원 역시 같은 지침을 준수하여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고 강조한 양 위원장은 "코로나 확산은 정부의 방역 실패이지, 노동자들의 집회 때문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양 위원장은 그러면서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이에 질세라 민주노총에 대한 마녀사냥에 나서는 것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일 서울 종로 일대에서 8000여 명(주최측 추산) 규모의 기습시위를 강행한 바 있다. 당시 집회 참석자 중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제야 방역당국은 민주노총에 집회 참석자 전원이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감염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이미 지역 내 N차 감염 발생했을 것, 지금 검사해봐야 경로는 오리무중"

    염호기 대한의학회 정책이사(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 위원장)는 20일 통화에서 "의학적 지식을 배제하더라도 8000명이 모인 상황에서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고 보는 것이 개연성이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최근 하루에 확진자가 1000명 이상 발생한다. 사람들이 다수 모인 곳에서는 전파도 많이 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한 염 이사는 "이미 집회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난 상황이라 집회 관련 확진자를 찾기도 어렵고, 지역 내 N차 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심산기념문화센터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차량을 타고 온 시민들의 검체 체취를 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심산기념문화센터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차량을 타고 온 시민들의 검체 체취를 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선 지난 3일 불법집회를 한 민주노총에 1차적 책임이 있다"면서도 "이번 4차 대유행은 정부의 방역 실패 때문이라는 민주노총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미 확진자가 증가세를 보이던 7월 초 서울 시내에서 8000명이 모인 것은 누구도 잘못됐다고 지적할 것"이라며 "당시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각자 지역으로 돌아가면서 추가 감염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에 확인된 확진자가 7·3집회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부가 집회를 막지 않았고 전수검사를 늦게 하는 등 책무를 게을리 한 것은 사실"이라고 꼬집은 김 교수는 "이제 와서 검사해봤자 감염 경로는 오리무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시민들은 민주노총발 집단감염을 우려하면서 정부 역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시민들 "문제 생기니 서로 남 탓…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나도 노동자 신분이지만 이런 시국에 자기들 밥그릇 챙기겠다고 집회를 하는 민주노총이 이기적인 것 아니냐"며 "정부가 니 편 내 편 따지며 민주노총 눈치를 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양측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씨는 "솔직히  민주노총이나 정부나 둘 다 잘못한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그러다 문제가 터지니 같은 편끼리 남 탓하는 것을 보면 웃기지도 않는다"고 비꼬았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모 씨는 "서로 남 탓하는 것은 문재인정부 측근들의 특기 아니냐"며 "좋을 때는 그렇게 사이가 좋더니 안 좋은 일이 생기니 서로 책임 떠넘기는 꼴이 새삼스럽지도 않다"고 냉소했다. 

    이씨는 "정부의 방역 실패가 이번 4차 대유행의 원인은 맞지만, 그렇다고 민주노총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민주노총 집회 이후 2주가 지나면서 비수도권 감염자가 증가하는 것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은 "결국 모든 피해는 국민이 지는 것"이라며 "이 정부는 도대체 책임을 지는 사람이 누구 하나 없다"고 개탄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는 10월20일 110만 명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양 위원장은 "한국사회의 근본적 구조를 바꿔내고 전환기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총파업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