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30일 예정됐던 참모총장 취임식도 취소… 군 안팎 “이런 인사는 처음, 황당하다”대통령 재가 사안인 참모총장 인사, 국방부·안보지원사 보고 바탕으로 청와대서 검증
  • ▲ 2019년 5월 공군사관학교 교장 취임식 당시 박인호 공군 중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9년 5월 공군사관학교 교장 취임식 당시 박인호 공군 중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군참모총장 인사가 발표 하루 만에 보류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방부는 “곧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부에서는 “보류됐다”는 말이 나온다. 군 안팎에서는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8일 공군참모총장 지명 발표 → 29일 임명안 의결 보류 → 30일 취임식 취소

    국방부는 지난 28일 저녁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박인호 공군 중장을 대장으로 진급 및 공군참모총장에 보직하는 것으로 내정했다”면서 “29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께서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29일 국무총리실과 국방부 관계자가 “박인호 공군참모총장 지명자 임명안이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국방부가 인사혁신처에 박 지명자 임명안을 보내지 않았다. 공군본부는 30일로 예정됐던 공군참모총장 취임식을 취소했다. 국방부는 “박인호 총장 지명자에 대한 국무회의 심의·의결은 향후 일정과 임명 절차에 따라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앙일보 등은 “박인호 총장 지명자에 대한 인사검증 과정에서 ‘사소한 문제’가 검증되지 않았는데, 검증이 끝나는 대로 빨리 임명하게 될 것”이라는 정부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박인호 지명자 임명보류는 청와대 지시… 공사 교장 시절 일들 때문인 듯”

    박 지명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이 30일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와 청와대는 지난 22일 박 지명자를 공군참모총장에 임명하려 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국방부로 그의 임명에 반대하는 투서들이 많이 접수되자 내용을 검증하느라 지명자 발표를 늦췄다고 한다.

    다른 소식통은 “박 지명자가 공군사관학교 교장으로 있을 때 일어난 일들 때문에 임명이 보류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지명자는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공군사관학교 교장을 지냈다. 그의 재임 중 현역 소령인 교수를 다른 공사 교수 2명이 감금·협박한 사건을 비롯해 불미스러운 일이 여러 번 있었다. 당시 피해자들은 최근 국방부 검찰단에 가해자와 박 지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군 장성급 인사는 대통령이 재가한다. 때문에 국방부와 안보지원사령부에서 일차적으로 검증하고, 다시 청와대 인사수석실 등에서 상세한 인사검증을 한다. 일주일을 연기한 끝에 공군참모총장 임명안을 발표하고, 다음날 다시 보류했다는 것 자체가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 관계자, 출입기자들조차 “이런 일은 처음… 황당하다”

    공군을 비롯해 군 관계자들은 참모총장 인사가 하루 만에 ‘보류’되자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20년 이상 국방부를 출입한 기자들조차 “참모총장을 지명한 지 하루 만에 ‘보류’한 일은 공군뿐 아니라 창군 이래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군과 국방부가 “호탕한 성품, 강한 친화력, 솔선수범의 리더십과 군심을 결집할 수 있는 인품과 역량을 겸비했다”며 높게 평가한 박 내정자는 국방부 대북정책관과 정책기획관을 역임했다. 1964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박 지명자는 전주고를 졸업한 뒤 공군사관학교에 입교, 1987년 35기로 임관했다. 종교는 천주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