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홍콩 인근 타이산원전 방사능 유출" 보도… 中, 반박하면서도 핵연료봉 손상 시인
  • ▲ 논란이 이는 중국 광둥성 타이산 원전의 위치. 홍콩과는 140km, 대만과는 700km 가량 떨어져 있다. 이 지역의 바람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분다. ⓒ구글 지도 캡쳐.
    ▲ 논란이 이는 중국 광둥성 타이산 원전의 위치. 홍콩과는 140km, 대만과는 700km 가량 떨어져 있다. 이 지역의 바람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분다. ⓒ구글 지도 캡쳐.
    미국 CNN은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광둥성의 한 원전에서 방사능 기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홍콩의 핵공학 전문가는 유출 사고가 원전의 한 부분이 아니라 광범위한 곳에서 생겼을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중국 타이산원전 운영사 ‘트라마톰’ “방사능 기체 위험수준까지 유출”

    중국은 서해부터 남지나해에 이르는 지역에서 원자력발전소 49개를 가동 중이다. 이 가운데 지난 2월21일 홍콩 서쪽 140km 거리에 위치한 광둥성 타이산원전에서 가동을 정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당국은 이를 INES(국제원자력사고등급) 기준 ‘0등급’으로 분류했다. 별일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CNN이 지난 6월14일(이하 현지시간) 타이산원전 운영업체인 프랑스 ‘트라마톰’으로부터 입수한 문건을 인용 “타이산원전 사고 당시 위험한 수준의 방사능 기체가 유출됐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됐다. 

    “중국 국영기업과 타이산원전을 공동운영하는 프랑스 업체 ‘트라마톰’이 미국 에너지부에 개입을 요청한 서한에는 원전 사고로 유출되는 방사능 기체가 점점 많아지자 중국의 원자력 담당부서가 유출되는 방사능 물질의 허용 한계치 기준을 대폭 높였다는 주장이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지난주에는 이 문제와 관련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여러 차례 열릴 정도로 우려가 컸다”며 “지난 12일에는 로라 로젠버그 NSC 중국담당 선임국장과 말로리 스튜어트 군축담당 선임국장이 주관하는 차관보급 회의도 열렸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어 “그럼에도 바이든정부는 (타이산)원전 사태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中 “원전서 핵연료봉 5개 손상됐지만 방사능 유출 없었다”

    CNN 보도에 따른 중국의 기술적 해명은 17일 나왔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17일 SNS 공식 계정에 “타이산원전에서 사고는 있었지만 문제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원전 1호기의 핵연료봉 6만여 개 가운데 5개가 손상돼 방사능 수치가 높아졌지만 정부 안전기준 이하”라고 밝힌 중국 생태환경부는 “타이산원전 주변을 조사한 결과 방사능이 유출됐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15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원전들은 양호한 가동 기록을 유지하며, 타이산원전의 주변 방사능 수치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지만 기술적 설명은 없었다. 
  • ▲ 중국 원전들의 위치. 붉은 색은 현재 가동 중, 녹색은 건설 중, 파란색은 건설 계획을 세운 곳이다. 중국 원전에서 문제가 생기면 한반도는 물론 홍콩, 대만, 일본 등도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중국 원전들의 위치. 붉은 색은 현재 가동 중, 녹색은 건설 중, 파란색은 건설 계획을 세운 곳이다. 중국 원전에서 문제가 생기면 한반도는 물론 홍콩, 대만, 일본 등도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중국 생태환경부는 “타이산원전의 손상된 연료봉은 5개로 비율로는 0.01% 미만이며 파손 허용치 0.25%에도 훨씬 못 미친다”며 “중국은 타이산원전 1호기의 방사능 수치를 예의주시할 것이며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프랑스 정부와도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해명은 그러나 ‘프라마톰’ 측이 제기한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이와 관련, 2001년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은퇴한 셰릴 로퍼 박사는 “중국 당국은 항상 ‘다 잘되고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방사능 기체 유출되자 허용 기준치 2배로 올려”… 홍콩도 긴장

    CNN에 따르면, ‘프라마톰’은 “타이산원전 1호기에서 방사능 기체가 유출되기 시작한 뒤 중국 원자력 당국은 방사능 물질의 외부 유출 기준을 2배로 올렸다”며 “하지만 곧 유출되는 방사능 기체는 점점 늘어 5월 말에는 새 기준의 90%까지 치솟았다”고 주장했다. 

    유출된 방사능 기체 수치가 ‘프라마톰’과 중국 당국이 애초에 정한 기준으로 따지면 180% 라는 말이다.

    ‘프라마톰’ 측 주장에 가장 긴장하는 곳은 홍콩이다. 평소 바람이 광둥성에서 홍콩 쪽으로 부는 데다 거리도 140km밖에 안 돼서다. US뉴스앤월드리포트는 홍콩시립대의 핵공학 전문가 룩빙람 박사의 분석을 전했다.

    중국 원전 사업자들과도 함께 일했다는 룩 박사는 “연료봉 손상으로 핵분열 부산물인 (크립톤·크세논 등) 희소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방사능 기체) 누출이 더 심해지면 기체가 아니라 세슘 같은 물질이 더 많이 포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룩 박사는 “이번 방사능 기체 유출은 단일 부품이 아니라 훨씬 광범위한 부분에서 생긴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특수기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