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와 개념설계 등 기술지원 업무협약 체결
  • ▲ 이탈리아 해군의 다목적 경항모 '카보우르'. ⓒ핀칸티에리 홈페이지 공개사진.
    ▲ 이탈리아 해군의 다목적 경항모 '카보우르'. ⓒ핀칸티에리 홈페이지 공개사진.
    2021년 국방예산 가운데 경항모 건조 관련 예산은 타당성 검토 등을 하는 데 드는 1억 원뿐이다. 그럼에도 지난 1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는 경항모 개발 주체가 되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은 치열했다.

    영국형 항모와 경쟁할 상대는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한국형 경항모의 모델로 자주 언급된 영국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함은 만재배수량 7만 톤의 중형 항공모함이다. 현대중공업이 이를 모델로 경항모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함 건조에 있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노하우를 지닌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와 ‘신형 항공모함(CVX)’ 개념 설계 등 기술지원업무 협약을 맺었다. ‘핀칸티에리’와 손을 잡고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형 경항모 기본설계 입찰을 구상하는 한편 세부설계와 시공은 내년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핀칸티에리’와 기술지원업무 협약을 맺은 뒤 “그동안 항공모함을 제작해 온 업체로부터 구체적인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기술협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한국 해군이 구상하는 최적의 3만 톤급 경항모 건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핀칸티에리’는 미국의 차세대 호위함 사업도 따낸, 세계 굴지의 조선업체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 본사를 둔 ‘핀칸티에리’는 1959년 설립된 이탈리아 국영 조선업체다. 전 세계 크루즈선 생산량의 40%를 수주하는, 특수선 사업에 특화된 업체다. 미국에도 조선소가 있다. 여기서는 록히드 마틴과 함께 연안전투함(LCS)를 건조한다.

    핀칸티에리가 만든 다목적 경항공모함 ‘카보우르’

    이탈리아 해군은 경항공모함 2척, 소형 강습상륙함 3척, 구축함 11척 등 전투함 180여 척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경항공모함과 소형 강습상륙함은 모두 ‘핀칸티에리’가 건조했다. ‘핀칸티에리’는 우리나라 해군과도 관련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하는 ‘대구급’ 호위함에 이 회사의 기술이 들어가 있다. 설계 최적화를 통해 배의 크기를 키우지 않고 군 요구 성능을 만족하는 노하우가 뛰어나다고 한다.
  • ▲ 2011년 10월 한국 해군 강감찬함과 이탈리아 해군 카보우르함이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 2011년 10월 한국 해군 강감찬함과 이탈리아 해군 카보우르함이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이런 ‘핀칸티에리’가 2008년에 진수한 경항공모함이 ‘카보우르’급이다. 길이 244미터, 폭 39미터, 만재배수량 2만8100톤이다. 비행갑판은 길이 232.6미터, 폭 34.5미터다. 과거에는 수직이착륙전투기 ‘해리어 Ⅱ’ 8대 또는 대형 헬리콥터인 AW-101를 14대 탑재했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F-35B를 도입한 뒤에는 개조를 거쳐 16대의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카보우르’급의 특징은 항공모함과 강습상륙함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항공기를 탑재하지 않을 경우에는 360명의 해병대와 상륙작전지원인력 140명, 각종 전술차량 수십 대와 전차 등을 실을 수 있다. 즉 해상작전은 물론 상륙작전에서 기함(旗艦) 역할을 할 수 있고, 기동전단에서 핵심 역할도 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스타일의 경항모’ VS. ‘영국 스타일 중형 항모’

    ‘핀칸티에리’가 건조한 카보우르급 항모는 스키점프대를 갖고 있다. 탑재한 전투기들은 이를 이용해 이륙한다. 반면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 등장한 한국형 경항모는 갑판이 평평하다. 대신 길이는 263미터로 ‘카보우르’보다 30미터 길다. 격납고도 커져 전투기 12대를 탑재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한국 해군은 2033년까지 2조 원을 들여 한국형 경항모를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운용비용은 1000억 원 안팎으로 잡고 있다. 7만 톤급의 중형 항모와 3만 톤급의 경항모 가운데 어떤 종류가 해군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지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