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호소인 3인방' 고민정·남인순·진선미, 박영선 캠프에서 역할… 피해자, 어떻게 직장 복귀하나
  • ▲ 지난 2월21일 당 경선대회 합동연설회에 나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권창회 기자
    ▲ 지난 2월21일 당 경선대회 합동연설회에 나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권창회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가 "고민정·남인순·진선미 등 이른바 '피해호소인 3인방'을 징계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후보는 일제히 침묵했다. 박영선 후보 캠프에서 주요 직책을 맡은 이들 세 의원 역시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고 입을 닫았다.

    '박원순 피해자 기자회견'에 與 입장 없어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와 박 서울시장후보 캠프 등은 박 전 시장 피해자 A씨 기자회견 뒤에도 별다른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직무대행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앞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후보 특혜분양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 뒤 "(A씨의 기자회견) 관련해 지금 아무것도 모른다"며 답변을 피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피해자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제가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어떻게 입장이 없을 수 있느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박 후보) 캠프에서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입장이 없다라기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피해자 기자회견 뒤 입장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 현재 후보가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만 밝혔다. 박 후보의 견해에 민주당의 사과, '피해호소인 3인방' 징계 여부 등이 담길지는 미지수다.

    野 "피해호소인 3인방, 박영선 캠프에서 역할... 2차 가해"

    야권에서는 민주당의 반성과 2차 가해 중단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피해호소인 3인방'이 박 후보 캠프에서 직책을 맡은 것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여성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의 회복을 방해하고 고통을 가중시킨 것은 (남인순 의원의) 피소 예정사실 유출, 피해호소인 명칭, 사건 왜곡, 당헌 개정, 2차 가해 묵인 등이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위원장인 김정재 의원은 이날 "고민정·남인순·진선미 의원에게 박 후보 선대본부 주요 직책을 맡긴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고,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피해자가 본인 직장으로 향후 돌아가야 하는데 '그들 편에 있는 사람'이 또 시장이 되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해자의 진정어린 사과 요구에 책임있게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호소인 명명한 의원들 당 차원 징계해야"

    이날 A씨는 지난해 성폭력 의혹이 처음 터진 뒤 처음으로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다. 정부·여당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이 들끓는 가운데 이뤄진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에 나선 배경으로 A씨는 "피해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상처를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제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말했다. 

    A씨는 "(민주당은)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저의 피해사실을 축소·은폐하려고 했고 투표율 23%의 당원투표로 서울시장선거에 결국 후보를 냈다"며 "그리고 지금 박 후보 선거 캠프에는 저에게 상처 줬던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A씨는 "피해호소인으로 명명한 의원들에 대해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2차 가해 논란이 인 민주당과 '피해호소인 3인방'을 향해서는 "지금까지 저를 상처준 모든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A씨는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피해자 A씨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자고 주도한 고민정 의원은 박 후보 캠프 대변인을, 남인순·진선미 의원은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다. 피해자를 '피해고소인'으로 부른 이낙연 전 대표는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다. 
  • ▲ 김정재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위원장 및 소속 여성의원들이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박원순 피해자 입장발표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정재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위원장 및 소속 여성의원들이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박원순 피해자 입장발표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