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에 부동산 적폐 청산, 공정사회로 가는 분기점"… 野 "적폐가 누군지 둘러보시라"
  •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2주 만인 16일 처음으로 사과했다. 야권에서는 "국민 여론에 등 떠밀려 한 사과"라는 비판과 함께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 대통령의 이날 사과는 부동산 문제가 폭발력 있는 이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일 이어지는 '사과 요구' 여론에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민심'도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적폐' '촛불혁명' 언급하며 "만연한 부동산 부패 척결할 것"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LH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과 관련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며 “공직자들의 부동산 부패를 막는 데서부터 시작해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 불공정의 가장 중요한 뿌리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한다면 우리나라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공기관 전체가 공적 책임과 본분을 성찰하며 근본적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겠다. 그 출발점은 공직윤리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공직자 개인에 대해서도 공직윤리의 일탈에 대해 더욱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이날 사과했음에도 연일 '부동산 적폐' '촛불혁명' 등을 거론한 것으로 미뤄 볼 때 이날 발언의 이면에는 LH 투기 의혹 사건을 과거 정부 책임으로 미루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부동산 적폐 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적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면서 "정부는 여러 분야에서 적폐 청산을 이루어왔으나 ‘부동산 적폐’의 청산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 윤희숙 "대통령님 주변인이 적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의 '적폐' 언급과 관련 "적폐 청산 환영한다. 그런데 적폐가 도대체 누구인지 둘러보시라”며 “‘갑자기 쥔 권력에 취해 스스로 썩어내리는 것에도 무감해진' 대통령님 주변인들 말고 누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공적 정보를 자신들 배 불리는 데 써먹는 권력 내부의 부패 문제를 놓고 사과는커녕 국민성 탓, 앞 정권 탓을 하는 무책임한 지도자의 민낯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한 윤 의원은 "집권 후 4년 내내 ‘우리는 개혁 주체, 너네는 적폐, 우리 편은 뭘 해도 촛불정신’이라는 후렴구로 정신 멀쩡한 국민들을 네 편 내 편 갈라 서로 증오하게 만들어 놓고, 자신들의 부패에는 ‘우리 정치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 초당적인 과제’라며 못 본 척해 달란다. 이쯤 되면 ‘우린 촛불 너넨 적폐’ 망상으로 현실 파악이 안 되는 병증이 심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사과에 주목한다. 야당의 요구나 국민 3분의 2 여론에 등 떠밀리기 전에 사과하셨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총리 이하 내각을 총사퇴시키고, 국정을 전면쇄신한다는 각오 없이 국민이 오늘 사과의 진정성을 믿어줄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LH 사태를 단순히 부동산 적폐로 치부하며 책임을 비켜나가시려는 모습은 여전히 실망스럽다"고 개탄한 배 대변인은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국민적 믿음이 다시 싹트지 않겠는가"라고 질타했다.

    배 대변인은 이어 "이 정권은 대한민국 전역을 이미 투기판으로 만들었다"며 "이미 신뢰를 잃은 2·4 부동산정책도 전면 폐기하고, 민간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규제완화의 길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시한부 장관인 변창흠 국토부장관이 2.4 부동산정책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국토부 참모와 직원들이 영이 서지 않는 시한부 장관의 말을 듣겠느냐"며 "사의를 표명한 장관에게 입법 책임까지 지운 것도 문 대통령의 큰 실책이다. 야권의 극심한 반대에도 변창흠을 고집하며 그를 장관으로 앉힌 것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문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