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축소 압력 의혹… '반이성윤파' 유임돼 강제수사 가능성 제기
  •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팀이 유임하면서 관련 수사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검찰 수사가 의혹의 정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향하면서 이 지검장을 대상으로 강제수사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 지검장에게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변필건 형사1부장 등 반대파 간부들도 모두 자리를 지킨 만큼,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지휘통제력 상실을 넘어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 지검장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하고, 지난 주말과 이번주 초 두 차례에 걸쳐 이 지검장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이 지검장은 "시일이 촉박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은 지난 설을 전후해서도 이 지검장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 지검장의 거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이 지검장은 지난 17일 성명을 내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안양지청의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박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통상적인 지휘였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수원지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속도

    법무부는 지난 22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예상을 깨고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관련 수사팀인 수원지검 형사3부의 이정섭 부장검사를 유임시켰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반발해 사표를 제출했다 복귀한 '신현수파동'을 의식해 소폭으로 단행한 것이라는 분석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사팀 구성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관련 수사도 동력을 유지하게 됐다. 

    이 지검장은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축소하도록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안양지청은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조치와 관련해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이규원 검사의 비위 혐의와 불법성을 확인하고 이를 수원고검에 통보하겠다고 대검에 알렸지만, 대검 반부패부는 "이규원 검사 건을 수원고검에 통보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의혹을 신고한 공익신고자는 이 지검장을 핵심당사자로 지목했으며, 수원지검 역시 공익신고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과 자료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검은 이미 당시 대검 반부패부 소속 검사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조사를진행했다. 남은 조사 대상은 이 지검장뿐이다. 수원지검은 의혹의 핵심인 이 지검장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검찰이 피의자를 소환할 경우 두 차례 이상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거부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에 착수한다. 이에 따라 이 지검장을 대상으로 강제수사 가능성도 제기된 상태다. 

    다만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을 대상으로 한 영장 청구는 전례가 없는 일인 만큼 수원지검이 신중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수사동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파 부장들 유임… 이성윤 지휘통제력 잃어

    이 지검장에게 반기를 들었던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이 자리를 지키게 된 것도 이 지검장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이번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놓고 성명을 통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이 지검장에게 공개반발한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들이 모두 유임됐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한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의견을 두고 이 중앙지검장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변 형사1부장도 자리를 지켰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사실상 조직에서 지휘통제력을 잃은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윤 총장 역시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박범계 법무부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 지검장의 지휘통제력 상실 문제를 이유로 이 지검장의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인은 "이성윤 지검장은 사실상 식물지검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식구들이 모두 등을 돌린 상황에서 수사지휘가 되겠는가"라며 "그동안 그가 보여온 행보에 따른 대가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