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검사 공직 후보자 등록제한… 특정 신분 이유로 정당활동 자유 침해 우려"허병조 국회 전문위원, 최강욱 발의 '법원조직법 일부개정안'에 반대 의견
  •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국회가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윤석열 출마 방지법'에 부정적 의견을 냈다. 특정 신분을 이유로 헌법상 기본권인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병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지난 17일 최 의원이 발의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부정적 의견이 담긴 검토보고서를 제출했다. 

    법원조직법과 관련한 보고서이지만, 보고서에 "퇴직 검사의 공직후보자 등록을 1년간 제한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최강욱 의원 대표발의, 제2106351호)이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임"이라고 적시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윤석열 방지법'에 따른 부정적 의견이라는 해석이다. 

    최 의원이 지난해 12월11일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 2건은 공직선거 출마 사퇴 시한이 공직선거법상 선거 90일 전인 것을 판사와 검사에게만 1년 전으로 정하도록 했다.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친여 성향의 최 의원이 윤 총장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 ▲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청법-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 발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은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뉴시스
    ▲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청법-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 발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은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뉴시스
    최 의원은 법안 발의 당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직 공무원이 대선주자로 언급되고 정치적 행보가 거듭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며 "더불어민주당에서 뜻 있는 분들도 법안 발의에 동참할 것이며 민주당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특정신분 이유로 헌법상 기본권 침해 우려"

    국회 검토보고서는 그러나 이 개정안에 부정적 의견을 냈다. 보고서는 "법관의 공직 취임을 다른 공무원에 비해 길게 제한해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개정안의 법 취지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특정신분이라는 이유로 헌법상 기본권인 공무담임권(피선거권) 및 정당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강조했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과거 검찰청법에서 검찰총장의 퇴직 후 2년간 정당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위헌으로 판결했다는 점을 예로 들기도 했다. 

    헌재는 1997년 당시 검찰청법 제12조 제5항 등과 관련 "과거의 특정신분만을 이유로 한 개별적 기본권 제한으로서 그 차별의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검찰권 행사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입법 목적 달성 효과도 의심스럽다"며 "검찰총장에서 퇴직한 지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의 정치적 결사의 자유와 참정권 등의 기본권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침해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보고서는 과거 지방자치단체장의 출마 시 관할구역과 겹치는 지역구 국회의원선거에 입후보하려면 선거 180일 전까지 직을 사퇴하도록 했던 공직선거 및 부정방지법이 위헌판결을 받았던 점도 근거로 꼽았다. 

    "침해의 최소성 원칙 위반 등 헌재 판시, 심사 시 감안해야"

    헌재는 2003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53조 제3항이 "동일한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들이 이미 법률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과도하게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하여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조항에 의해 실현되는 공익과 그로 인해 청구인들이 입는 기본권 침해의 정도 간에 적정한 비례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할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도 봤다.

    보고서는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것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고, 해당 조항에 의해 실현되는 공익과 청구인들이 입는 기본권 침해의 정도 간 적정한 비례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는 점을 심사 시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형평성도 문제 삼았다. 국가공무원법은 공직후보자 출마를 위해 공직선거법에 따라 일반적인 경우 선거일 전 90일까지, 비례대표는 선거일 전 30일까지 직을 그만두록 했는데 유독 판사·검사만 차별대우한다는 것이다. 

    최강욱, 정작 자신은 공직 사퇴 마감일에 사퇴

    야당에서는 최 의원의 내로남불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 의원이 정작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지난해 4월 총선에 출마하면서 공직선거법상 사퇴 마감일인 2020년 3월16일(공직선거법상 선거 30일 전)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직에서 사퇴했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통화에서 "특정인을 겨냥해 출마 제한을 판사와 검사로 못박아 놓으니 이런 문제점들이 나오는 것"이라며 "국무총리나 장관을 하며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예산으로 자기정치와 홍보를 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더 큰 문제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여권이) 국회 법안심사와 헌법·법률을 장난감으로 아는 것 같다"며 "헌법적 인식이 눈꼽만큼도 없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