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약심 "고령자 AZ 백신 효용성 검증 안 돼… 나머지 연령층은 임상결과 제출 조건 허가"
  • ▲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위원장이 5일 오전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위원장이 5일 오전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법정 자문기관이 65세 이상 고령자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판단을 질병관리청에 넘겼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허가하면서도 고령자 접종은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지난 1일 식약처 검증 자문단의 고령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회의 결과와 상반되는 것이어서 질병청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의료계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판단이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정부가 의료계 의견을 무시하다 고령층 백신 접종만 지연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고령자 대상 AZ 백신 접종 유보… "의료계 무시하다 접종 지연만 초래"

    5일 식약처는 "진행 중인 임상시험 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품목허가를 권고한다"는 전날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만 18세 이상 모든 연령층에 4~12주 간격으로 2회 투여하는 방식으로, 임산부는 제외한다. 다만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접종은 향후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을 권고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앞서 지난 1일 식약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서의 효과성·안전성과 관련 "참여 대상자 중 고령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자에 대한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자문단의 판단 결과를 발표했다.

    중앙약심 "AZ, 만18세 이상 투여 가능… 임산부 제외"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예방효과(660명)와 안전성(2109명)을 평가한 결과, 고령자 백신 투여군과 대조군에서 각 1건씩의 우한코로나(코로나19)가 발생했으며, 백신군과 대조군 모두 입원하거나 심각한 질환 등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근거에 따른 판단이다.

    식약처는 우한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허가 심사를 위해 검증자문단-중앙약사심의위원회-최종점검위원회 등 3단계 자문 절차를 밟는다. 

    두 번째 전문가 자문 단계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4일 오후 2시부터 회의를 열었으나 회의가 밤 늦게까지 이어져 결과 발표를 하루 연기했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에는 외부 전문가 18명, 식약처 내부 관계자 7명 등 총 25명이 참여했다.

    중앙약심 "만65세 이상은 재논의 필요... 질병청이 판단"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만 65세 이상 고령층의 백신 접종 여부는 “효과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서 향후 만 65세 이상 접종은 질병청 산하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하도록 권고했다.
  • ▲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 직원들이 백신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 직원들이 백신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식약처는 본질적으로 이 백신에 대한 허가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라면서도  "65세 이상 어르신에 대한 구체적인 접종 및 시행계획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AZ, 안전성은 문제 없는 듯… 효용성은 검증 안 돼"

    오 위원장은 다만 "이 같은 결정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 문제 때문은 아니다"라며 "고령자에 대한 자료가 제한적인 상황이므로 효과가 검증될 때까지는 신중하게 사용하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고령자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봤을 때 현재까지 안전성고 관련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통계적으로 검증할 만한 수준의 효용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식약처는 향후 최종점검위원회를 열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아직 최종점검위원회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 결정과 관련, 의료계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정부가 의료계의 의견을 무시하다 뒤늦게 수습에 나선 꼴이라고 지적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의료계에서는 처음부터 고령층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반대해왔다"며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중앙약심의 판단은 당연한 결과"

    최 교수는 "빠른 백신 접종도 중요하지만 임상실험 결과를 무시한 채 접종했을 경우 문제가 생기면 국민들의 불안감만 더욱 커지게 된다"며 "정부가 더욱 신중하게 백신 허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역시 "지금까지 자료를 보면 고령층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은 불가하다고 본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중앙약심의 판단은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효과는 60%대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고령층 환자에 대한 백신 접종은 사망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인데 정부가 무조건 백신을 빨리 접종해야 한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를 하겠지만 추후 임상자료 등을 종합해 백신 접종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학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고령층에 효과가 없다거나 안전성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관련 자료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영국 내 임상 결과를 보면 65세 이상 500명 전후로 평가했는데 그것만으로 효과나 안정성을 평가하기에는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령층에 대해서는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접종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Z백신, 해외서도 논란 이어져... 스위스는 승인 보류

    한편 최근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고령층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의약품청(EMA) 권고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만 18세 이상 모든 연령층에 접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등은 이와 별도로 고령층에 대한 접종을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스위스는 아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승인을 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