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30 취업포기자 31만명, 전체의 52%"… 文정부 '소득주도성장' 실패로 드러나
  • 지난달 21일 서울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내 취업광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지난달 21일 서울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내 취업광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한 달에 50만원 준다는 동네 커피숍 아르바이트 자리에 20명 넘게 몰린다.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는 것조차 중견기업 취업만큼이나 어렵다"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민모씨(29·男·서울 강남구)는 '취업에 대한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민씨는 "회사 규모나 일자리 질을 따지기 전에 어디든 경쟁률이 너무 높다보니 이력서를 낼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며 "요즘은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경력자가 뽑히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민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중소기업은 기피하면서 대기업만 선호하기 때문에 일을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중소기업은 워라벨이 워낙 안 좋으니 피하는 것"이라며 "솔직히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은 모두 대기업 아니냐"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구직단념자 60만5200명… 전년보다 13.6% 증가

    민씨의 말처럼 20~30세대는 취업 한파를 맞았다. 지난달 31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구직단념자는 60만5200명으로 전년(53만2600명)보다 13.6%(7만260명)이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4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구직단념자’란 지난 1년간 취업을 희망하면서 구직 활동을 했지만, 최근 4주간 일자리를 알아보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를 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구직단념자 중에는 20~30대 비중이 51.2%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연령층별로는 20대가 35.0%(21만2000명)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60세 이상 60세 이상 20.6%(12만4400명), 30대 16.2%(9만7900명), 50대 14.9%(9만300명), 40대 12.1%(7만3500명), 15~19세 1.2%(7500명) 등의 순이었다.

    20대가 구직을 단념한 가장 큰 이유는 '원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33.9%)였다. 30대에서도 36.2%가 같은 이유로 구직을 단념했다고 답했다.

    문제는 정부가 청년층 고용 증대를 목표로 세금을 쏟아부으며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전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본지와 인터뷰한 20~30대 청년들은 "취직이 안 되니까 취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조모(30·남)씨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고 정규직 채용을 하는 곳도 없다"며 "영업직이라 하더라도 다 계약직을 뽑고 뽑히더라도 몇 개월 일하면 회사가 직원 대분을 쳐내고 새로 뽑는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월급이 적어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다보니 경력이 없으면 취업 자체가 어렵다"며 "막상 어렵게 계약직으로 들어가더라도 입에 풀칠할 수준의 월급만 받다 보니 이력서를 내는 것 자체가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희망일자리센터에서 청년들이 구인 게시물을 보고 있다. ⓒ뉴시스
    ▲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희망일자리센터에서 청년들이 구인 게시물을 보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20~30대가 구직을 포기하는 주된 이유로 고용 시장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에 ‘좋은 직장’으로 이동하는 것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흔히 ‘젊은이들이 눈이 높아서 취업을 안 한다’는 비판은 현실을 모르는 얘기란 것이다. 

    신규 채용 시장 위축에 양질 일자리 부족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1일 본지와 통화에서 "50~60대의 경우 정부가 돈을 투자해서 일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20~30대는 그런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데다 민간기업에 정규직으로 가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며 "그런데 20~3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으니 젊은 층이 결국 취업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성진 교수는 이어 "해마다 대학 졸업생은 쏟아져 나오는데 정부 투자 자금만으로는 20~30대 고용상황을 개선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방법은 결국 경제 성장률을 회복하는 것 밖에 없는데 현 정부가 민간 기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경직적이어서 처음에 질 좋은 정규직으로 진입하지 못하면 계속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히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 직원을 뽑는데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그런 영향을 20~30대가 가장 크게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볼 때 청년층의 취업난은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 정부 정책에 맞추다보니 기업들 입장에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인력을 뽑을 여력이 있겠냐는 것이다.

    文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  "미래지향적 산업 활성화에 투자해야"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정부가 돈을 투자해 만드는 일자리는 60대 이상에 돌아가고 있는데다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임금을 주면 경력자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첫 직장을 구하는 젊은이들은 취업 절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기업 때려잡기에 혈안이 돼서 기업 확장이나 투자도 못하게 만들고 있는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자본주의 기본 원리를 지키지 않으면 절대 취업시장이 살아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미래 산업 발전 가능성이 큰 기업 발굴과 청년층 인력 개발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제조업 위주가 아닌 신산업 등장 등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 미래지향적 고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 들어 기업 3법, 중대재해법, 이익공유제 등으로 인한 기업들의 크게 늘었다"며 "정부에 내야 할 세금으로 크게 늘어 일자리를 만들 여력이 없는데다 새로운 인력을 뽑는다 하더라도 이익이 늘어날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일자리를 늘릴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결국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정부가 정책을 잘못 썼기 때문"이라며 "돈으로 일자리를 만들게 아니라 그 돈으로 산업을 활성화 시켰어야 한다. 가능성이 있는 산업에 투자를 하고 규제를 풀어 발전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정부가 미래에 대한 대책이 너무 없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