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식 제의 없이 덕담만 주고받아"… 최재성, '여야정 협의체' 복원 고집
  •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면 화상으로 열린 '2021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뉴시스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면 화상으로 열린 '2021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영수회담이 정치권에서 논의 중이지만, 물밑 조율이 안 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야당 대표를 초청하는 청와대가 진정성 없이 형식적 모양새만 갖추려 했기 때문에 성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8일 통화에서 영수회담 진척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공식적 제의가 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지난 6일 유영민 비서실장이 김종인 위원장을 예방했을 때도 새해 덕담만 주고받았다"고 일축했다. 

    본지는 청와대 관계자와도 통화를 시도했으나 "지금 대화 중"이라며 끊고는 다시 연락을 받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영수회담과 관련 "내가 보기에 대통령께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제의한 것 같다면 나름대로 판단해서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소통과 협치는 국정을 담당하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런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는 대통령에게 제가 '협치를 합시다, 소통을 합시다' 얘기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회담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그동안 들어온 청와대의 의사 타진은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지 않아 보이는데 청와대가 회담 개최 자체에만 목적을 둔다면 거부한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단독회담의 조건으로 △구체적 의제가 있어야 한다 △결과물을 내는 자리여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여·야·정 협의체, 與 폭주에 2년 공전

    현재 청와대와 국민의힘은 비공식적 회담 논의 과정에서 서로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국정현안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1 대 1 형식의 회담을 고수하지만, 청와대는 회담과는 별개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복원'을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이다. 

    여·야·정 협의체는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으로, 2018년 11월 첫 회의 이후 2년 넘게 공전 상태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영수회담과 관련 "야당의 당대표이신 김종인 대표의 문제(1 대 1 회담)는 조금 더 다른 형식부터, 내용부터 좀 다른 문제"라며 "여·야·정 협의체를 또 복원하는 문제는 또 원내대표 포함해서 진행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 두 가지 측면을 같이 고려하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수회담만 진행될 경우 부동산·백신·인사참사 등 '국정 실패'에만 논의가 집중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3일 KBS '심야토론'에 출연해 "김 위원장에게 (최 수석이 영수회담 제안을) 전한 것 같지만, 진척이 없는 것 같다. 지난해 9월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낙연 "文 연설 때 피켓 시위" 야당 탓

    이 대표는 이어 "여·야·정 협의체도 구성돼 있지만, 야당이 응하지 않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네 차례 시정연설을 했지만, 야당은 기립하지 않고 피켓 시위를 했다. 영수회담도 이야기만 나오고 진척되지 않는 이유가 아마 그런 데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는 것이다.

    결국 영수회담의 걸림돌은 청와대와 국민의힘 간 오랫동안 쌓인 갈등 때문에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협치'를 강조하면서도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과 공수처법·국정원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강행통과를 묵인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무더기 불출석을 통보해 파행을 빚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향후 묵은 갈등을 풀기 위해 '조건 없는 영수회담'을 수용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