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공전연, 김모 아나운서 '방송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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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동조합과 시민단체 '공영방송을 사랑하는 전문가연대(공전연)'가 앞서 여당에 불리한 내용을 삭제하는 방식 등으로 뉴스를 편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은 KBS 김OO 아나운서를 방송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 ▲ 27일 오전, 방송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KBS 김OO 아나운서를 대법원에 고발한 허성권 KBS노동조합위원장과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이영풍 KBS노조 정책공정방송실장(좌측부터). ⓒ뉴데일리
"아나운서는 원고 편집 권한 없어‥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27일 오전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KBS노조와 공전연은 "지난해 12월 19일 KBS 1라디오 오후 2시 뉴스를 진행하던 김OO 아나운서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속보를 전하면서 '이 사건은 명백한 봐주기 수사'라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발언을 생략하는 등, 여권에 불리한 '주요 사실'을 자의적으로 삭제하거나 수정해 방송했다"며 "원고를 임의로 편집해 뉴스 신뢰도를 떨어뜨린 김 아나운서를 방송법 제4조 2항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취재기자는 기사를 작성할 권한이 있고, 라디오 뉴스 편집기자는 방송 기사 원고를 편집할 권한이 있지만 아나운서는 그렇지 않다"며 "아나운서는 방송 원고를 있는 그대로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김 아나운서는 원고 일부를 왜곡하거나 수정·삭제하는 방법으로, 장관 후보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일부 덜어내 방송했다고 비판한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편향에 따라 임의로 방송 내용을 왜곡한 행위는 이 사건 방송법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원래 기사에 있던 '봐주기 수사' 문장 생략"
KBS노조에 따르면 당초 김 아나운서가 받은 원고에는 "김웅 의원은 정차 중 택시·버스 기사를 폭행한 사건 중에서 합의됐음에도 내사종결 않고 송치한 사례가 있다면, 이용구 엄호사건은 명백한 봐주기 수사라고 주장했습니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러나 김 아나운서는 이를 건너뛴 채 곧바로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발언을 소개했다.
게다가 김 아나운서는 김웅 의원 발언의 서술어를 '주장했다'에서 '힐난했다'로 바꿔 읽었다. 기존 원고에 있던 가치중립적 용어를, 트집을 잡아 거북할 만큼 따지고 든다는 뜻의 '힐난'으로 수정해 방송한 것이다.
김 아나운서는 이용구 차관의 폭행 사건을 요약한 단신 기사에서도 '주요 사실'을 자의적으로 삭제하고 방송했다.
기존 원고에는 "택시기사는 술 취한 승객이 행패를 부린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한 뒤 추후 조사하기로 하고 돌려보냈습니다"는 문장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김 아나운서는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했다'는 팩트는 생략한 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택시기사의 의사를 고려해 사건을 내사종결했다"는 원고만 그대로 살려 방송했다.
또한 김 아나운서는 "권덕철 보건복지장관 후보자가 2010년 4억1000만원에 산 강남구 개포동 대치아파트를 2018년 8억8000만원에 팔아 4억7000만원의 수익을 냈고, 2011년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2억1800만원에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취득해 2018년 2억9300만원에 팔았다" "권 후보자가 세종시에 특별분양받은 아파트에 거주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의 주장도 임의로 생략하고 읽었다.
"전형적인 '與 편들기, 野 조지기'로 보여"
허성권 KBS노조위원장은 "데스크 편집이 완료된 원고를 아나운서가 멋대로 훼손하고 삭제했다는 것 자체도 큰 문제지만, 야당 국회의원의 주장을 깔아뭉개거나 장관 청문회 후보자의 관련 기사를 자의적으로 삭제해 방송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여당 편들기, 야당 조지기'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아나운서를 직무에서 즉각 배제할 것을 사측에 요구한 허 위원장은 "양승동 사장과 김영헌 감사는 속히 이번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KBS노조와 함께 김 아나운서를 고발한 '공전연'은 법조인들과 교수, 미디어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단체다. 이번 고발을 기점으로 KBS·MBC·EBS·TBS 등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거나 공영성을 표방하는 방송사에 대한 감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KBS "시간 관계상 문장 생략할 수도… '여당 편들기' 아냐"
한편, 김 아나운서가 정부·여당에 불리한 내용을 삭제하고 방송했다는 KBS노조의 지적에 대해 KBS는 "담당 아나운서는 당일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는 엄중한 상황에서 편집된 순서대로 뉴스의 문장 전부를 낭독할 경우, 큐시트의 예상방송 시간(6분 42초)이 실제 방송시간 5분을 초과해 코로나 관련 뉴스가 방송되지 못한다는 자체 판단을 하고, 앞서 배치된 뉴스의 문장 일부를 수정 또는 생략했다고 밝혔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라디오 뉴스는 마지막 날씨 기사까지 방송될 수 있도록, 편집자와 협의 없이 아나운서가 방송 중 문장 일부를 생략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사실관계 파악도 없이 KBS의 신뢰도를 훼손하려는 내·외의 시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KBS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심의평정위원회 여는 등 사내 절차와 사규에 따라 김 아나운서의 규정 준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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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2월 19일 방송된 KBS 1라디오 2시 뉴스 원고 중 일부. ⓒKBS노동조합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