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라인' 안양지청, 한 달째 수사 뭉개자… 대검, 수원지검 본청에 '사건' 재배당
  •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정상윤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정상윤 기자
    대검찰청이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배당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수원지검 본청으로 재배당했다.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을 배당받은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데다, 안양지청 수사팀의 지휘부 역시 친여(親與) 성향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라인'으로 중립적 수사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검은 13일 "'김학의 출국금지 관련 사건'에 대하여 제기된 의혹을 보다 충실히 수사하기 위하여 수원지검 본청으로 사건을 재배당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수사는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가 맡게 됐다. 

    대검 관계자는 "이정섭 부장이 김학의 수사단에서 김 전 차관을 수사했고, 공판까지 맡았고, 또 김 전 차관 사건의 본류를 수사했던 검사로 더 공정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한 달 '뭉갠' 안양지청

    법조계에 따르면, 2019년 3월23일 당시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는 2013년에 이미 무혐의 처리된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2013년 형제65889)를 기재한 자신 명의의 '긴급 출금 요청서'로 김 전 차관 출국을 막았다. 

    이어 행정처리 차원으로 제출한 '긴급 출금 승인요청서'에는 존재하지 않은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2019년 내사1호)를 썼다. 

    이와 관련,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서울동부지검 고위관계자에게 전화해 이 검사가 쓴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 부여를 추인해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동부지검은 '진상조사단 수사는 동부지검과 관계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 검사와 이 지검장의 행위는 공문서 위조·행사와 직권남용, 강요미수 등의 혐의를 물을 수 있는 사안이지만, 안양지청은 지난달 8일 사건을 배당받은 뒤 한 달이 지나도록 해당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안양지청에 수사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양지청 수사팀의 지휘라인이 해당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의 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을 실었다. 

    현 이근수 안양지청장은 지난해 9월까지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이 지검장을 보좌했다. 박진원 안양지청 차장검사 역시 지난해 2월까지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장으로 이 지검장의 지근거리에 있던 인물이다. 이 지검장과 몇 개월 전까지 함께 일했던 검사들이 그가 연루된 사건을 수사했던 셈이다.

    사건을 지휘했던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역시 이 지검장과 함께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은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서류가 조작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는데, 이 형사부장은 당시 박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이었다. 

    대검은 이와 관련해서도 "대검에서는 형사부가 아닌 반부패·강력부가 지휘한다"며 이 형사부장이 수사에 관여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할 청에 '라인검사' 알박기?… "특임검사 가야" 주장도

    법조계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법무부 관할청인 안양지청에 이 지검장의 측근을 앉혀둔 것이 법무부가 수사 대상에 오르는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분석하기도 한다. 

    한 법조인은 "지청장과 차장검사가 모두 이성윤과 함께 일했던 인물들"이라며 "이들을 모두 안양지청으로 발령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 불법출국금지 의혹과 관련, 특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잇따른 검찰 학살인사로 친여 성향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한 상황에서 재배당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임검사는 독립적·중립적 수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검찰총장이 '검사의 범죄 혐의에 대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될 때' 지명하고, 수사 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한다.

    한편 법무부는 해당 의혹과 관련, 지난 12일 "당시 중대한 혐의를 받던 전직 고위공무원(김 전 차관)이 심야에 국외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