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하면 보직해임 '닌자 인사'… 블랙리스트 만들어 코드인사… 3만원 도시락도 타박했다"
  •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공동취재단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공동취재단
    변창흠(55) 국토교통부장관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도시락·커피·과자를 두고 타박을 일삼는 등 불필요한 업무지시를 했다는 주장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문건에는 변 후보자가 회의 테이블에 놓인 과자를 두고 "강남 과자가 아니다"라며 트집을 잡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와 관련, 변 후보자와 SH 측은 '사시무근'이라며 부인했다.

    이와 함께 변 후보자가 당시 자신의 '진보적' 코드에 맞지 않는 인사들을 '블랙리스트'로 분류해 부당한 '코드인사'를 자행했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이와 관련한 보고를 받고도 "봐주라"며 옹호했다는 주장이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변창흠, 2만~3만원짜리 도시락 두고 "형편없다" "강남 과자 아니다" 타박 의혹

    국민의힘이 23일 입수한 '2017년 전국지방공기업노동조합연맹' 2017년 10월10일자 문건에는 노조를 비롯한 1500명의 SH 직원들이 변 후보자의 갑질과 적폐비리를 주장하며 당시 연임을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담겼다.

    문서에는 "지난 3년간 변창흠 사장은 회의 테이블에 놓여진 2만~3만원 상당의 도시락이 형편없다고, 유명 메이커 커피가 아니라고, 강남 과자가 아니라고 짜증을 부린다"며 "아무런 성과 없이 공사를 좀먹어가는 일신의 욕심을 위한 불필요한 낯선 업무지시로 소중한 직원들은 병들어 쓰러져가고 우울증을 토로하며 휴직자가 늘어만 간다"는 등 변 후보자의 '갑질' 행적을 암시한 성토가 잇따랐다.

    또한 노조 등은 해당 문건에 △지인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적폐 △지인 채용비리 적폐 △화이트리스트 및 블랙리스트 적폐 등 변 후보자의 '3대 적폐' 행위를 열거했다.

    변창흠 코드인사 폭로도… 진보적·박원순 우호관계면 화이트리스트

    실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의원이 SH로부터 확보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계약직 직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약속을 깨고 이후 자신의 세종대 제자를 채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또 변 후보자의 SH 사장 재임기간 개방형 직위, 외부전문가 분야에서 신규임용된 52명의 임·직원 중 18명이 변 후보자와 인맥·학맥으로 얽힌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등이 작성한 문건에는 변 후보자가 계약직 직원들의 해고에 반대하는 심모 실장을 보직해임하고 교육명령을 내는 '닌자 인사'를 서슴지 않았다는 폭로도 있다.

    아울러 변 후보자는 △진보성 여부 △박원순 전 시장과 우호관계 여부 등을 중심으로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하고, 이에 맞지 않으면 블랙리스트로 분류해 좌천 또는 직급강등 등 '코드인사'를 감행했다는 주장도 있다.

    문건에 따르면, 신모 마케팅실장은 블랙리스트로 분류돼 외곽부서로 좌천인사 조치됐지만, 1년 뒤 변 후보자와 동향 출신임이 알려지면서 다시 주거복지본부장으로 발탁된 사례도 있다. 전모 본부장의 경우는 조직 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간부였지만 처장으로 강등돼 결국 퇴직했다는 내용도 있다.

    박원순 "변창흠, 그냥 봐줘~" 코드인사 보고받고도 옹호

    이와 같은 변 후보자의 인사전횡 문제점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보고했지만, 문건에는 박 전 시장이 "경험이 부족한 교수의 실수니까 그냥 봐줘"라는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일관한 정황도 담겼다.

    또한 변 후보자가 당시 지방공기업법의 연임 조건에 해당하지 않았음에도 박 전 시장은 "법이 다 맞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법과 상관없이 산하 기관장들을 연임시켰다"는 발언을 했다고도 문서는 전했다. 

    문건에는 "박 전 시장이 법 위에 군림하는 초법적인 서울시장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것"이라고도 적혔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SH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당시 지방공기업노조연맹 노동조합위원장도 현재 해당 문건의 작성을 부인하고 있다"며 "강남 과자, 3만원짜리 도시락, 유명 커피 등의 이야기는 변 후보자가 발언한 내용이 아니고 일부에서 악의적으로 만들어낸 단어"라며 유감을 표했다.
  • ▲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인사청문회에서 막말과 낙하산 채용 특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연합뉴스
    ▲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인사청문회에서 막말과 낙하산 채용 특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연합뉴스
    SH·변창흠 측 "사실무근"이라지만… 회의록에는 "슈퍼 과자보다는 좀 좋은 것을…"

    다만 해당 문건에 기입된 2017년 10월10일보다 이틀 앞선 8일자 서울시의회 도시계확관리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유모 위원이 "커피를 내가 좋아하는 커피로 안 사고 이따위로 사왔어, 그래서 SH에서는 스타벅스 커피만 먹는다는 소문이 있고, 그 다음에 과자는 김영모제과점 과자 최고급 과자만 먹는다는 설이 있다. 그게 다 허위사실이냐"며 변 후보자에게 수차례 이와 관련한 질문을 한 것이 기록돼 있다.

    당시 SH 내에서 도시락·다과류 등과 관련한 변 후보자의 타박이 문제시됐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다만 변 후보자는 당시 사실무근이라며 제보와 질문을 부정했다. 그러면서도 변 후보자는 "외부의 자문위원 모시고 하다 보면 밑에 슈퍼에서 과자를 사가지고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좀 좋은 것을 대접하는 게 예의가 아니겠느냐 그 얘기를 한 적은 있다"고 답했다.

    해당 회의록을 입수한 국민의힘 국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개된 노조 문건보다 이틀 앞선 회의록에도 도시락·과자와 관련한 변 후보자의 갑질을 알 수 있는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변 후보자의 인사비리 의혹과 관련 "부당 처우를 받았던 모 본부장을 비롯해 몇 인사들은 문건이 사실이라고 말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