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차 대유행인데... 558조 예산안 통과 앞두고, 의원 집무실서 소맥현장 급습한 본지 기자에…"12시까지 버티려고 한잔 한 것, 다 그래" 궁색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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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본회의가 진행 중이던 지난 2일 저녁,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들이 의원회관 내에서 술을 마셔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현 기자
"12시까지 버티려고 한잔 하는건데…다 그래~."국회 본회의가 한창이던 2일 밤 9시30분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719호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찾은 기자는 낯선 장면을 목격했다. 의원실 내 이 의원의 집무실 안 탁자 위에 놓인 것은 소주병과 맥주병 다수.술 자리가 시작된지 꽤 시간이 지난 듯 보였지만, 기자와 눈이 마주친 이 의원실 보좌관 A씨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얼굴엔 취기가 돌았다. 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기자가 "술 마시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묻자 돌아온 A씨의 대답은 "12시까지 버티려고 한잔 하는 것이다. 다 그래"였다. 다른 의원실에서도 술을 마시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술병이 놓여진 탁자 주변으로는 2~3명의 보좌진이 앉아 있었다.A씨 주장대로 이날 다른 의원실에서도 술을 마시고 있었을까. 기자는 직접 의원회관 내 의원실을 일일이 돌며 확인해봤다. 그러나 기자가 둘러본 타 의원실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의원실 앞엔 저녁 식사를 마친 듯, 배달 음식 쓰레기만 놓여 있었다.이후 기자는 3일 새벽 국회 의원회관 내에서 이 의원실이 전날 지출한 '술자리 영수증'을 찾아냈다. 영수증은 반으로 찢어져 있었다. 이 영수증을 보면, 이 의원실은 이날 '처음처럼' 소주 2병, '테라' 맥주 3병, 치킨 한 마리, 콜라 1.25L 1병, 웨지감자, 치즈볼 등 총 5만3400원어치를 주문했다.국회 본회의 중에, 코로나 3차 대유행인데 술판문제는 현재 전국이 '코로나 3차 대유행'에 접어들면서 국가적인 비상이 걸려있다는 것이다. 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540명. 1일(451명), 2일(511명) 등에 이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미 지난달 29일 "코로나 세 번째 유행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수도권에 대해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유지하되 집단감염 위험도가 높은 시설 등에 대한 방역 조치 강화를, 비수도권의 경우 거리두기 1.5단계로 상향한다고 했다.특히 이 의원실에서 술상이 차려진 시간대는 국회 본회의가 끝나지도 않았던 때다. 본지 취재 결과, 이 의원실이 음식과 술을 주문한 시간은 2일 오후 6시8분, 의원실 관계자들이 술판을 벌인 시간은 오후 7시40분~8시20분쯤으로 파악됐다. -
- ▲ 이 의원실이 2일 저녁 주문한 영수증. ⓒ권창회 기자
국회 본회의는 오후 8시를 넘겨서 시작돼, 심야인 이날 밤 11시30분쯤 끝났다. 여야는 이날 약 558조원의 내년도 예산안, 그리고 104개 쟁점법안을 통과시켰다."간단한 반주한 것" 해명에도…다른 보좌관 "논란 커질 것"A씨는 3일 오후 통화에서 "보좌진들이 일하고 업무시간 외에 도시락 먹으면서 간단히 반주 한 것 가지고 문제 삼으면 어떻게 하나"라며 "보좌진은 공인이 아니라 사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보좌관은 4급 별정직 국가공무원 신분이다.이 의원실 비서 B씨는 "주문한 술을 다 마시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이 의원이 2일 저녁 상황을 모른다"고도 강조했다.야당 소속 한 국회의원실 보좌관은 본지와 통화에서 "업무가 끝나고 한잔 할 수야 있지만, 어제의 경우는 본회의가 늦게 끝나서 다들 대기를 타던 때"라며 "또 의원실 내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일반적인 건 아니라 논란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