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사회의무 노동으로 나무 심기를 해요" "열매 따기를 한답니다"… 밝은 문구로 묘사
  • ▲ 통일부가 지난 3일 북한 어린이 강제노역을 북한의 '방과 후 활동' '사회의무 노동'으로 미화하는 듯한 카드뉴스를 제작해 논란이 일고 있다.ⓒ통일부 페이스북
    ▲ 통일부가 지난 3일 북한 어린이 강제노역을 북한의 '방과 후 활동' '사회의무 노동'으로 미화하는 듯한 카드뉴스를 제작해 논란이 일고 있다.ⓒ통일부 페이스북
    통일부가 북한 학생들이 강제노동에 동원되는 것을 '방과 후 활동'으로 미화한 것으로 보이는 카드뉴스를 제작해 논란이 일었다. 

    소개 과정에서 통일부는 이 같은 북한의 학생 노동력 착취 행위를 '사회의무노동'이라는 표현으로 순화하기도 했다.

    北 아동 강제노동을 '방과 후 활동' '사회의무노동'으로 미화

    통일부는 지난 3일 SNS 등을 통해 '북한 학생들은 방과 후에 무엇을 할까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게재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북한 학생들은 방과 후 과외활동으로 '소조활동' '사회의무노동'을 주로 한다"며 소조활동과 사회의무노동에 관한 설명을 실었다.

    통일부는 소조활동이 "방과 후 2~3시간 동안 선생님의 특별지도를 받는 것을 의미하고, 소규모로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북한 학생들은 학교뿐만 아니라 학생소년궁전·학생소년회관·도서관 등에서도 문학소조·성악소조·미술소조·체육소조 등 다양한 종류의 소조활동을 한다"고 소개했다.

    또 사회의무노동은 "방과 후 나무 심기, 모내기 등"이라면서 이를 두고 "학생들에게 교육과 생산노동의 결합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남북한 학생들이 방과 후 활동 함께하는 날 오기를"

    북한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사회의무노동을 하는 그림에는 "저는 방과 후에 사회의무노동으로 나무 심기를 해요" "초급중학교에 다니는 저는 봄엔 나무 심기, 가을엔 나무 열매 따기를 한답니다"와 같은 밝은 어투의 글귀도 함께 실었다.

    통일부는 게시물 말미에 "방과 후 활동은 조금씩 다르지만, 언젠가 남북한 학생들이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을 함께하는 날이 오길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 같은 통일부 게시물과 관련 "강제노동에 동원된 어린이 등 심각한 북한의 아동인권 침해 실태를 지나치게 왜곡·미화했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 ▲ 통일부 카드뉴스.ⓒ통일부 페이스북
    ▲ 통일부 카드뉴스.ⓒ통일부 페이스북
    北 아동인권 침해 심각, 100달러 줘야 빠져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기현 의원이 입수한 탈북민들의 다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미성년 시기 방과 후 '사회·농촌 동원' 명목으로 모내기·가을걷이와 함께 나무에 물주기 등 다양한 노동에 의무적으로 임해야 했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가야 하는 것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무조건 가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별한 사정이란 '심각한 수준의 통증' 또는 '100달러가량의 뇌물'이다. 그러나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마저 김정은의 방침에 따라 어려워졌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2014년 보고서에도 심각한 북한의 아동인권 침해 실태가 상세히 적혀 있다. 특히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는 것은 5세 어린이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보고서는 "5세 이상의 어린이들은 농사나 청소와 같은 강제노동에 종사하게 된다"며 "아이들은 15세 또는 16세부터 강제노동 시스템에서 전일제로 일하며, 광산일과 같은 가장 힘든 노동에서도 면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 어린이의 16%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이며 62%가 만성 영양실조 상태"라고도 적시했다.

    5살 어린이도 정치범수용소에 가둬

    김 의원은 통화에서 "정부의 '북한 바라기'가 눈물겹다"면서 "북한의 높은 영아사망률이나 영양실조는 외면하고 북한의 아동 강제노동을 '자연친화적 방과 후 활동'으로 왜곡·미화할 수 있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북한의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국민적 충격이 사그라들지 않았는데 통일부의 북한 미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올바른 교육을 위한 전국교사연합(올교련)의 조윤희 대표도 통화에서 "'남북한 학생들이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을 함께하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 아이들도 강제노역을 시키자는 것이냐"면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방과 후 수업을 안 하고 싶으면 안 할 자유도 있는데 과연 북한 학생들은 저 방과 후 수업이라는 것을 거부할 자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통일부는 이인영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는 이날 '판문점 견학사업'을 재개했다. 이 장관은 판문점 견학 지원센터 개소식 기념사에서 북측을 향해 "사랑하는 북녘의 동포 여러분"이라고 호칭하며 남북 연락 채널 복원과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