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 인멸, 도망 우려 있다" 구속영장 발부
  • ▲ KBS 라디오 '황정민의 뮤직쇼' 공식 홈페이지 캡처.
    ▲ KBS 라디오 '황정민의 뮤직쇼' 공식 홈페이지 캡처.
    생방송 중인 KBS 라디오 스튜디오 유리창을 '곡괭이'로 박살낸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특수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된 A(47)씨의 구속영장을 6일 발부했다.

    A씨는 지난 5일 오후 3시 42분께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라디오 오픈 스튜디오 외벽 유리창을 곡괭이로 깨 KBS 쿨 FM '황정민의 뮤직쇼' 생방송을 방해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곡괭이 난동부린 A씨, 정신질환자로 의심


    이날 건물 외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온 A씨는 가방에서 3단 곡괭이를 꺼내 조립한 뒤 갑자기 "황정민 나와"를 외치며 스튜디오 유리창 6장을 깨부쉈다.

    당시 '황정민의 뮤직쇼'가 일명 '보이는 라디오'로 실시간 중계됐던 까닭에 A씨의 고함소리와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고스란히 전파를 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안전 문제상 DJ 황정민이 스튜디오를 떠나면서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김형규가 대신 방송을 마무리했다.

    KBS시큐리티 요원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인계된 A씨는 경찰조사에서 "휴대전화가 25년째 도청되고 있는데 다들 말을 들어주지 않아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체포 당시 A씨가 소지한 가방에는 또 다른 곡괭이 두 자루와 가스총 한 자루가 들어 있었다.

    현재 무직 상태인 A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세한 병력은 공개되지 않았다.

    황정민 아나, 정신적 충격으로 입원치료


    한편 KBS는 6일 배포한 공식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픈 스튜디오 외부에 경비 인력을 상근 배치하는 등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난동자를 제지하는 과정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선 "KBS시큐리티 안전요원들은 추가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난동자를 자극하지 않고 회유해 안전한 장소로 유도한 뒤 제압해 경찰에 인계했다"며 "이 모든 과정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마련해둔 '조치 매뉴얼'에 따라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황정민의 뮤직쇼' 제작진은 "흉기를 소지한 괴한이 생방송 중인 황정민 아나운서의 이름을 반복해서 외치며 당장 나오라고 위협하고 난동을 부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자칫 황정민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괴한을 자극해 불의의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험을 막기 위해 지목 당사자인 황 아나운서를 대피시켰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따라서 황정민 아나운서가 사고 와중에 개인의 판단으로 스튜디오를 떠났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제작진은 "황정민 아나운서는 현재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의 증상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황정민 아나운서가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입원하면서 '황정민의 뮤직쇼'는 6일부터 이정민 아나운서가 대신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