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靑·與 핵심 인사와 비밀회의‥한상혁 사퇴해야"… 민주 "통신 분야만 논의, 정치적 중립 위반 아냐"
  •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뉴데일리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뉴데일리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 등과 함께 청와대와 여권 핵심 인사들이 포함된 당·정·청(黨政靑) 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과거 야당 시절 방통위의 당·정협의회 참석을 문제삼아왔다. 독립기구인 방통위가 정책협의 등을 이유로 여당 인사가 나오는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유에서다. 2008년엔 이런 문제로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을 추진하기도 했다.

    따라서 'n번방' 사태나 OTT 정책추진 방향 등이 논의된 당·정·청 회의에 한상혁 위원장 등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참석한 것도 명백한 위법이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그러나 여당은 "방통위는 중앙행정기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당·정 협의를 할 수 있다"며 과거 야당 시절과 180도 달라진 입장을 보여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당 "방통위원장 당·정·청 회의 참석은 해임 사유"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한정우 홍보기획비서관,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광온·조승래 의원,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 허욱·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 등이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실에 모여 방통위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리에선 지상파방송 중간 광고 도입뿐 아니라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 역차별 해소 ▲국내외 OTT(인터넷 방송) 현황 및 규제 방향 ▲KBS 경영 혁신 방안(지역국 기능 조정 등)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디지털 성범죄 근절 후속 대책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미래통합당은 "독립기구인 방통위가 정책협의를 이유로 당·정·청 회의에 참석한 건 명백한 불법"이라며 한상혁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통합당에서 과방위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엄격히 준수해야 할 방통위원장이 청와대 및 여당과 회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방송법 위반"이라며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통합당 과방위원들도 공동 성명을 통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3조에 따르면 방통위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보되 방송·통신분야의 주요 정책에 있어서는 독립성을 갖고 결정하도록 돼 있다"며 "독립기구인 방통위가 정책협의 등을 이유로 당·정·청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못박았다.

    이들은 "한 위원장이 청와대와 여당 핵심 인사들과 회동해 방송정책 관련 비밀회의를 가진 것은 방통위 존립의 근간을 흔든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이번 회동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방송정책에 깊이 관여해왔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위원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한 이들은 "한 위원장이 사퇴를 거부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방통위법을 명백히 위반한 방통위원장과 방통위 상임위원을 해임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국민 이익 직결된 통신 분야 논의‥ 문제될 게 없어"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장종화 민주당 청년대변인은 6일자 논평에서 "공개적인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상견례를 갖고 국민 전체의 이익이나 안전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이 어떻게 비밀회합이고 정치적 중립 위반이냐"고 반박했다.

    장 대변인은 "방통위설치법상 방통위는 중앙행정기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당·정 협의를 할 수 있다"며 "이날 논의된 내용은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 역차별과 n번방과 같은 국민과 약자를 보호하는 내용에 대한 의견 교환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당이 우려하는 정치적 중립 문제는 MB정부 시절 '방통대군'으로 불렸던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새누리당과 '국정감사 주요 쟁점' 문건을 가지고 대책을 의논하거나 정당의 내부회의인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하는 따위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통신 정책을 논의한 이번 경우와는 명백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방통위도 민주당과 동일한 입장을 내놨다. 방통위 관계자는 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날 국회에서 상견례를 겸해 당·정·청 회의를 가진 것은 맞지만 논의된 내용 중 방송 관련 내용은 없었다"며 "방송통신위원회 현안인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 역차별 해소 ▲국내외 OTT 현황 및 정책추진 방향 ▲n번방 관련 후속대책에 관한 의견교환만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기 국회를 앞두고 법안도 처리해야 하고 예산도 확보해야 하니, 그런 차원에서 부탁을 드리는 자리였다"며 "조선일보 측이 어디에서 뭘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간광고나 KBS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육이나 금융대책을 마련할 때도 당·정·청 회의를 다 하는데 중앙행정기구인 방통위가 통신 관련 사항을 당·정·청 회의에서 논의한 게 뭐가 문제가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박대출 측 "靑·與 회동에 방통위 인사가 참석하는 것 자체가 불법"


    이처럼 방통위 상임위원의 당·정·청 회의 참석이 문제될 게 없다는 시각에 대해 통합당 과방위 소속 박대출 의원실 관계자는 6일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외부의 지시나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는 등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도록 돼 있다"며 "방송 분야를 논하는 자리이든 통신 분야를 논하는 자리이든, 청와대와 여당 인사가 모이는 회의에 방통위 인사가 참석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방통위 기획조정실장을 같은 급인 사무처장으로 전환한 것도 과거 민주당이 방통위원장의 당·정협의회 참석을 문제삼았기 때문"이라며 "통신 분야 정책과 관련해 전달할 사안이 있다면 사무처장을 보내면 될텐데, 왜 그 자리에 방통위원장과 상임위원이 참석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통신 요금 조정 문제로 당시 여당과 당·정 협의를 가지려 했을 때 민주당은 '방통위는 독임제 부처가 아니라 여야 추천 상임위원들의 합의를 거쳐 정책을 결정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며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지 말라'고 비판한 사실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방송 논의만 안 했으면 괜찮다는 방통위의 입장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청와대와 여당 인사만 모인 회의에 방통위원장이 참석한 행위가 위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당·정·청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런 시비가 있을 것 같아서 (중간광고 등) 민감한 주제는 뺐다"며 "중간광고는 당·정에서 다룰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정책적인 이야기만 나눴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