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3년 전 "김정은이 겁내는 대통령 되겠다" 큰 소리… 지금은 '김정은 동생'도 비웃는 신세 전락
  • 지키기 어려운 것이 정치인의 공약이긴 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급으로 그의 기조 공약과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한미동맹을 강화시키겠습니다" "방송 장악을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등등 끝이 없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오히려 정반대 방향으로 질주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되돌아보면 지키지 않을 큰 공약만 마구 나열한 느낌조차 든다.

    단 하나 확실하게 지킨 공약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인 듯하다. 그렇다. 지금 한국인들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한심하고 기이한 시대를 살고 있다. KBS, MBC 등 관영·노영 매체들을 총동원해서 이러한 문제들을 덮느라 전전긍긍하고 있을 뿐이다.

    몇 개 실천했다고 하는 정책 공약들은 탈원전(脫原電)처럼 오히려 한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전기료는 이제 대폭 올라갈 것이다. 이 정권의 탄생을 지지한 유권자들이 감수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중 가장 실패한 공약은 단연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 지금처럼 북한 체제가 우습게 알고 막 대하는 한국 대통령은 없었다. 이미 북한 조평통 대변인이 문 대통령의 작년 8·15 경축사에 대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하늘을 보고 크게 웃을)할 노릇"이라는 역사에 남을 조롱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핵 폐기를 이뤄내서 한반도 평화를 펼치겠다는 약속은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다. 북핵 폐기를 세일즈하면서 벌인 무리수들이 지금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과 북한 양쪽에 했던 약속들이 다 허위임이 밝혀지면서 이제는 수습불가능한 상태처럼 보인다. 역시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습니다"라는 공약과는 정반대로 불가능한 북핵 폐기를 내세우며 국민과 국제사회를 농락했다. 조평통 기관지 '우리민족끼리'도 8월 16일 독자 감상글 댓글에 "문재인이… 여느 대통령들보다 훨씬 모자란 멍청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역대 가장 우습게 보는 한국 대통령임을 인증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20년 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6·15공동성명 서명식에서 착용한 넥타이까지 빌려 매고 남북한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지만, 북한은 바로 그다음 날인 6월 16일 국민 세금이 수백억원 들어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보란 듯이 폭파했다. 요즘 '당 중앙'이 된 김여정 북한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그다음 날인 17일 담화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 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놨다"고 격하게 비판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이 정권 인사들은 일제히 북한 옹호에 바쁘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남북 협의 위반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일부 민주당 국회의원, 정세현·문정인 같은 이들은 "우리 책임이다" "대북 전단 때문이다" 혹은 "미국 책임이다"는 등 궤변을 늘어놓기 바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는 기가 막힌 말을 했다. 뭔가 물려도 단단히 물려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는 장면이다.

    또한 정부의 지지세력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은 예전부터 김정은은 위인이라는 등의 선전을 해왔으며, 대내적으로는 단체의 간부가 “짐정은이 살찐 것은 (인민의 고혈을 빨아먹어서가 아니라) 인민 걱정에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교육을 시켰다고 하니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이유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심한 병이다.

    북한의 당국자들이 이 정권에 대한 경멸과 협박을 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모란봉 냉면 음식점 주방장 오수봉이란 여성이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 '조선의 오늘'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역사에 남을 독설을 퍼부었다.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는 주제에" "이제 당장이라도 달려나가… 그것들의 망나니짓을 묵인하며 한 짝이 되여 돌아친 자들을 몽땅 잡아다가 우리 주방의 구이로에 처넣고 싶은 심정"이라고 막말을 했다. 아마도 북한의 문 대통령과 문정권에 대한 능멸의 절정인 듯하다.

  • 강규형 명지대 교수. ⓒ뉴데일리
    ▲ 강규형 명지대 교수. ⓒ뉴데일리
    현재 대통령이 무슨 장담을 하면 곧 현실은 거꾸로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동북아 평화가 곧 올 것이라고 얘기하면 곧 위기가 닥쳐왔다. 우한 코로나바이러스가 곧 종식될 거라고 하면 여지없이 확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면서 국민의 정권 불신(credibility gap)은 점점 커지는 것이다.

    물론 '대깨문'(대가리 깨져도 문재인 지지)족이나 "우리 이니(문재인)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해"라고 하는 묻지 마 지지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현 정권을 지지할 것이다. 이런 지지층 때문에 정권은 점점 더 무모한 일을 하게 되고, 허위로 문제들을 덮으려 할 것이다.

    자만심에 가득 차 무모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한 무리수들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고 그 결과는 대한민국 체제 자체의 침몰이 될 것이다. 정신 차려야 할 때이다.

    - 강규형 칼럼니스트(명지대 교수, 현대사)

    *이 글은 2020년 6월 24일 매일신문에 게재된 칼럼을 필자가 증보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