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양대 노조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 혁신안 거부… 경영진부터 모범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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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KBS가 자구책으로 2023년까지 직원 1000명을 줄이겠다는 '경영혁신안'을 내놔 KBS 양대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KBS 임직원은 현재 5000명 규모다.
- ▲ 양승동 KBS 사장. ⓒ뉴데일리
KBS노동조합은 "양승동 사장이 적자경영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인력구조조정이라는 악수(惡手)를 뒀다"며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해 결사투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언론노조)는 "뺄셈뿐인 혁신안은 집어치우라"며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의 혁신안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000명 감원? 우리가 뭘 잘못했나?"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KBS 경영진은 지난 24일 비공개로 열린 KBS 이사회에서 '적자 타개를 위해 오는 2023년까지 직원 1000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채용한 900명이 퇴직하는 시기에 맞춰 100명을 인위적으로 더 줄여 총 1000명이 감축하는 효과를 얻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KBS노조는 "대체 노동자가 뭘 잘못했느냐"며 강력 반발했다.
KBS노조는 24일과 25일 연이어 낸 성명에서 "언론에 불거진 '1000명 감원, 연 100명 인위적 감원'이란 얘기가 정말로 계획안에 포함돼 있는지 경영진에 묻는다"며 "정년퇴직이 아닌 해고나 명예퇴직으로 연 100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 사실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비공개 이사회에서 KBS 경영진은 대규모 인원 감축안을 내놓으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KBS 특성상 단 10명도 인위적으로 내보낼 방법이 없다"며 계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사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KBS노조는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동료 중 누군가는 KBS에서 일할 시간이 최대 3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직장을 잃어야 할 사람은 1000명의 선량한 KBS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 대표인 양승동 사장 자신임을 명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해 '비상경영 2019'를 발표할 때도 뼈를 깎는 쇄신안이라면서 정작 경영진과 임원은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올해는 '비상경영안'이란 말 대신 '경영혁신안'이라는 말장난으로 경영실패의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고 비꼬았다.
"뺄셈뿐인 혁신안, 집어치워라"
KBS 언론노조는 25일 배포한 성명에서 비용 절감에만 몰두한 조치는 제대로 된 혁신안이 아니라며 "온통 뺄셈 표시만 가득한 이번 혁신안은 근본적 개선책이 아니라 적자 폭을 메우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오는 2023년까지 직원 1000명을 감원하겠다는 것은 높아지는 파고에 배가 가라앉을 위기이니, 함께 노를 저어야 할 일부 선원들더러 바다에 뛰어들라는 격"이라며 "이러한 무조건적 비용 감축은 결국 KBS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언론노조는 "사측이 해야 할 진짜 고민은 '비용을 어떻게 감축할까, 직원 수를 어떻게 줄일까' 하는 낮은 수준의 고민이 아니라, '공적 재원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 구성원들에게 어떤 비전을 보여줄 것인가, 직원들의 사기와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하는 것들"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노조의 동의 절차도 없이 해당 안건들을 '혁신안'으로 거론하는 사측의 오만한 태도에도 엄중 경고한다"며 "한창 진행 중인 임금 협상과 각종 협의회 논의가 모조리 파국으로 치닫는 광경을 진정 보고 싶다면 이 같은 감축 계획을 진행하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