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의장, 상임위 배정표 안 냈다고 강제 배정"… "국회 짓밟아" 비판성명
  • ▲ 일부 상임위원회에 강제 배정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6일 아침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는 모습. ⓒ박성원 기자
    ▲ 일부 상임위원회에 강제 배정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6일 아침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는 모습. ⓒ박성원 기자
    176석의 거대여당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군사정권 이후 53년 만에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자 미래통합당의 반발이 거세다. 

    상임위에 강제 배정된 통합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해 일당독재를 강력 비판하고 상임위 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통합당 의원 보좌진도 여당의 독주를 지적하는 성명을 내는 등 대여투쟁에 동참했다.

    통합당 의원 20여 명, 국회의장 항의방문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20여 명의 통합당 의원은 16일 오전 8시45분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통합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상임위 단독 선출 길을 열어준 박 의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9시30분쯤 기자들을 만나 "헌정사상 유래 없는 의회폭거를 단행하고, 식물국회로 만든 박병석 의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상임위에 강제 배정된 권영세·김희국·박덕흠·송석준·서병수·서정숙·이종성·유경준·전주혜·조태용·태영호 ·홍석준 의원 등도 참석했다.

    통합당은 소속 의원들이 상임위에 강제 배정된 만큼, 상임위 활동을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상임위원장 선출 및 상임위원 배정은 우리 당과 협의 없이 이뤄졌다"며 "박 의장께 강제 배정된 상임위원들을 취소하라고 말씀드렸고, 우리 의원들이 상임위에서 활동할 수 없다는 점도 설명했다"고 말했다. 

    통합당 보좌진단체도 항의성명

    통합당 의원 보좌진도 나서서 박 의장과 민주당의 폭주를 강력 비판했다. 미래통합당보좌진협의회(미보협)는 이날 아침 성명을 내고 "여당의 입법을 견제할 세력은 없어졌고, 슈퍼 여당이 법사위원장까지 차지하며 견제와 균형이라는 국회 원리마저 짓밟았다"며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고 비판했다.

    미보협은 "관련법상 상임위 배정표를 의장에게 제출하지 않으면 의장이 강제로 배정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견제와 균형이란 국회 원리 때문"이라며 "민주당이 야당 시절이던 18, 19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차지한 것 역시 당시 여당이던 통합당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국회 원리를 존중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여당이 표결을 강행하면 이제 야당은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상식에서 벗어난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고수 의지에는 현재 진행 중인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드루킹 여론조작 재판 등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상임위 강제 배정된 통합당 의원 45명 사임계

    앞서 박 의장과 민주당은 15일 오후 6시 국회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이날 18개 상임위 중 법제사법위·외교통일위·기획재정위·국방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보건복지위 등 6개 상임위원장이 여야 협의 없이 선출됐다. 

    박 의장은 이들 상임위에 통합당 의원들을 강제 배정했다. 1967년 박정희 정부 시절 이후 53년 만의 일이다. 이 사태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사의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16일 "국희의장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의석 배분에 따라 11대 7로 상임위원장을 나눠야 한다는 것과, 법사위와 예결위는 한 곳이 아니라 (여야가 각각) 분리해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며 "(다만 상임위 취소 등과 관련해) 별다른 말씀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임위에 강제 배정된 통합당 의원 45명은 이날 상임위원 사임계를 국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