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해치려 한다" 협박받았는데, 경찰에 알리지도 않아… 검찰 '수사 축소지침'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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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텔레그램 n번방' 관련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25·구속)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습니까?""... 손석희 (JTBC) 사장님, 윤장현 (전 광주)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텔레그램 n번방' 관련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25·구속)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그는 이어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서울중앙지검으로 떠났다. 피해여성들을 향한 사과는 없었다.'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손석희 JTBC 사장, 윤장현 전 광주시장 등을 거론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주빈이 손 사장 등의 약점을 잡고 협박했다'는 소문이 메신저 등을 중심으로 떠돌았다. 실제로 'n번방 사건과 별개로 손 사장 등도 조주빈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경찰 설명이 나왔다. 그러나 손 사장, 윤 전 시장 등이 사기를 당한 배경과 대응 등이 알려지자 의문은 오히려 확산했다.윤장현 전 시장-손석희 사장 만남 주선한 조주빈우선 윤 시장이 속은 때는 지난해 여름이다.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에게 공천 대가성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조주빈은 자신을 '청와대 최 실장'으로 소개하며, 텔레그램에서 윤 전 시장에게 접근했다. 조주빈은 이후 윤 전 시장과 통화에서 "억울함을 풀도록 손석희 사장에게 부탁해 방송에 출연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조주빈은 곧바로 "손 사장과 잘 안다"며 윤 전 시장에게 서울로 오라고 권유했다. 윤 전 시장은 이 말을 듣고 서울로 올라와 손 사장을 직접 만났다. 윤 전 시장은 조주빈이 보낸 A씨의 안내를 받아 JTBC 사옥에서 손 사장과 인사를 나눴다고 전해진다.그러나 윤 전 시장의 방송 출연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주빈은 광주로 돌아간 윤 전 시장에게 A씨를 보내 방송 출연을 상의하도록 했다. 윤 전 시장은 이 과정에서 1000만~2000만원을 조주빈 일당에게 건넸다고 한다.윤 전 시장과 만난 손 사장 역시 사기 피해자로 지목된다. 조주빈은 손 사장에게 자신을 '흥신소 사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K씨가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위해하려고 한다'고 속였다. K씨는 지난해 손 사장과 '폭행 논란'을 부른 프리랜서 기자 김웅 씨다. 손 사장은 조주빈 주장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조주빈 요구대로 돈을 건넸다고 한다. 조주빈은 손 사장의 돈을 받고 잠적했다.경찰 신고, 수사 의뢰도 안 해… '흥신소 사장' 말에 윤장현 전 시장 만났다?JTBC 측은 "(조주빈이 조작해 보낸) 텔레그램 내용이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조작돼 있어, 이를 수사하던 경찰마저도 진본인 줄 알 정도였다"며 "한동안 손 사장과 가족들은 불안감에 떨었다"고 해명했다. "조주빈을 신고해도 또 다른 행동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서 (신고하기가) 조심스러웠다"는 설명도 보탰다.이 대목에서 의혹은 증폭된다. 손 사장이 위급한 상황임에도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손 사장은 금품을 요구한 조주빈은 물론, 위해를 가하려 한다는 김씨와 관련해서도 신고나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 'JTBC 최고위직 간부의 가족을 해치려 한다'는 살벌한 말을 듣고도 경찰에 아무런 보호조치를 요구하지 않은 것이다.방송사 아나운서와 기자 출신으로 언론계에서 36년간 잔뼈가 굵은 손 사장이 이 같은 말만 듣고 거액의 돈을 송금한 사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손 사장과 갈등을 빚은 김씨 역시 사기 피해자였다. 교통사고 '뺑소니 영상'을 주겠다며 김씨에게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윤 전 시장 건으로 시야를 넓히면, 손 사장이 조주빈에게 속은 과정은 더욱 석연치 않다. 조주빈은 손 사장에게 자신을 '흥신소 사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런 조주빈이 보낸 윤 전 시장을, 손 사장이 왜 JTBC 사옥에서 만났는지 설명되지 않는다.檢 수사 방침 놓고 논란… '성범죄에만 집중' VS '사실 아냐'한편 서울중앙지검은 26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서울중앙지검 제4차장검사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 회의 등에서 '경찰에서 송치한 조주빈의 성범죄에 집중하고, 이와 관련된 다른 사안으로 넓히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조주빈이 언급한 특정인 관련 사기 등 범죄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사실도 없다"는 말도 보탰다.이는 앞서 2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른 해명이다. 매체는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제4차장검사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 회의' 첫 회의에서 "조주빈의 성범죄에 집중하고, 다른 사안으로 (수사를) 넓히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밝했다.매체는 '범죄 혐의가 발견됐는데 수사하지 않겠다는 건 직무유기' '친정부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손 사장 관련 사안을 수사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등 검찰 내부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윤석열(60·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은 'n번방 관련 수사 상황을 매일 오전 보고하라'고 대검 형사부장에게 지시했다고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