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전 마을공동체가 제작, 취약계층에 주는 일반 면마스크"… 文은 안에 필터 달아 사용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청와대는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청와대는 "취약계층에 전달되는 면마스크를 착용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면마스크 안쪽으로 바이러스 방지용 필터가 보인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노란 면마스크를 착용하고 정부서울청사에 등장해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최근 일회용 마스크 공급문제로 국민이 불편을 겪는 가운데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착용한 면마스크 안에는 일반 면마스크와 달리 바이러스를 거르는 별도의 필터가 부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24일에도 같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문 대통령이 착용한 노란 면마스크는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통령의 마스크가 어떤 마스크인가"라는 질문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대통령의 마스크를 향한 관심은 온라인에서도 쏟아졌다. 이 면마스크가 '나노 마스크 같다'는 말도 나왔다. 심지어 '세월호 마스크 아니냐'는 말까지 등장했다.

    靑 "대전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이 만들어... 평범한 면마스크"

    문 대통령의 '면마스크'를 향한 관심이 급증하자 청와대는 발빠르게 설명에 나섰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17일 "오늘 대통령이 착용한 노란 마스크는 대전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이 만든 것으로 취약계층 등에 전달되는 마스크"라며 "이 마스크가 대통령에게 전달돼 (대통령이) 고마운 마음에 착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부대변인은 "대전 마을공동체는 지난 2월 말부터 재사용 가능한 면마스크를 제작해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20차례 이상 세탁 가능한 나노섬유 필터 마스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설명을 종합해 보면 문 대통령이 착용한 마스크는 나노섬유 필터가 달린 특별한 마스크가 아니라 대전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이 제작해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평범한 '면마스크'다. 문 대통령은 17일에 이어 18~19일 공식 일정에도 같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섰다. 24일 열린 코로나-19 관련 2차 비상경제회의에도 같은 면마스크를 쓰고 참석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9일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필요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면마스크 사용이 권장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권장'에 발맞춰 정부 역시 면마스크 착용을 강조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1차 비상경제 회의에 참석해 면마스크를 벗고 있다. 면마스크 안쪽으로 필터가 보인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1차 비상경제 회의에 참석해 면마스크를 벗고 있다. 면마스크 안쪽으로 필터가 보인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면마스크 착용에는 "대통령과 각료들부터 면마스크를 쓰라"는 야당의 비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 소속 한 중진의원은 "정부가 면마스크 착용을 권장하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면마스크를 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을 것"이라며 "정부의 면마스크 권장에 국민이 '니들이 먼저 써라'는 말을 하기 시작하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착용한 '면마스크'는 취약계층에 전달되는 평범한 면마스크"라는 청와대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19일 코로나-19 1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면마스크를 벗는 사진에서 마스크 안쪽으로 바이러스 '필터'가 노출된 것이다. 이는 면마스크 사용을 강조했던 청와대 권고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전 마을공동체가 제작해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면마스크에는 별도의 필터가 부착돼 있지 않다. 말 그대로 그냥 '면마스크'다. 이 같은 사실은 대전 서구청에서 제작한 유튜브에 상세하게 공개됐다. 대전 마을공동체 마스크 제작 과정이 고스란히 찍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면을 모아 다림질하고 이를 이어 붙여 단순한 면마스크를 제작한다.

    면마스크 제작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필터 없이 면을 이어붙여 마스크를 만든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청은 "민간인이 협동 공예활동 공간을 준비하던 곳을 무료로 개방해 면마스크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마스크 생산업체 관계자는 "면마스크에 필터를 부착해 생산하는 것은 요즘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애로사항이 많지만 특히 필터 물량이 모자라 보건용 마스크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며 "현재는 필터를 구하는 것이나 보건용 마스크 구하는 것이나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염내과 전문의 "면마스크와 필터 장착 마스크는 천지 차이"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면마스크 안에 필터를 착용하는 것과 그냥 면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대통령이 안에 필터가 들어간 마스크를 쓰고도 면마스크만 착용한 것처럼 말한다면 국민에게 잘못된 사인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순수하게 문 대통령이 면마스크를 착용한 줄 알았던 시민들은 배신감을 느꼈다는 반응이다. 분당에 거주하는 정모(52) 씨는 "대통령이 직접 면마스크를 쓰고 나와서 면마스크를 착용해볼까 했는데, 안에 필터가 있는 것을 보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한모(38) 씨는 "일회용 마스크 못지 않게 필터 사기도 힘든 상황인데, 그럼 면마스크에 필터를 달아 쓰라는 이야기는 왜 안 했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우한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면마스크 착용을 수차례 강조했다. 당초에는 KF94 같은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고 권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2월4일 "천이나 면으로 된 마스크는 제약이 있어 수술·보건용이 안전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마스크 공급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점차 말을 바꿨다. 보건용 마스크를 재사용해도 된다고 하더니, 면마스크 사용을 권고하고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급기야 "마스크 착용이 불필요하다"고 말해 비판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