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장관, 8일 "우한폐렴 방역, 모범사례로 세계 표준" 평가… 의료계 "확진자 감소, 국민 덕분"
  •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우한 코로나 국내 대응에 대해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우한 코로나 국내 대응에 대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시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8일 우한코로나(코로나-19) 국내 대응과 관련 "다른 나라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보건당국의 방역 역량이 우수하다고도 강조했다. 박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이다.

    그러나 이날 확진자는 이미 7000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50명에 달했다. 의료계에서는 지나친 자화자찬이자 경솔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박능후 "한국 대응이 모범사례, 세계적 표준 될 것"

    박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은 기존 방역관리체계의 한계를 넘어 개방성과 참여에 입각한 새로운 방역관리 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지금 우리는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사례이자 세계적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봉쇄'나 '격리' 등 전통적 방역관리체계는 최초 유입시기만 늦출 뿐 오히려 확산을 막기 어렵다"며 "투명하고 열린 사회를 지향하면서 국민의 자율참여와 첨단 기술이 잘 조화된 현재의 대응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자평했다.

    박 장관은 또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많은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역설적이지만 한국에 환자 수가 많은 것은 월등한 진단검사 역량과 철저한 역학조사 등 방역 역량의 우수성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대구‧경북지역 확산과 관련해서는 진정되는 초기단계라면서도 상황이 호전됐다고 장담할 시기는 아니라고 봤다. 박 장관은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경향은 아직 관찰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아쉽게도 아직은 확산세가 꺾였다고, 상황이 호전됐다고 말씀드릴 시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 의료계에선 박 장관의 발언을 두고
    ▲ 의료계에선 박 장관의 발언을 두고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켜 가능한 부분"이었다며 "너무 안일한 생각을 한다"고 비판했다. ⓒ뉴데일리 DB
    박 장관의 발언에 의료계는 "여전히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한다"고 비난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보건복지부장관이 한국의 사례가 모범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본인 입으로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썼다.

    의료계선 "국민의 덕인데… 너무 안일한 생각"

    이 교수는 국내 추가 확진자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은 '국민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방역당국이 잘했다기보다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켜 가능한 부분"이라며 "대구와 경북에 계신 분들께서 많은 어려움을 참아내고 견뎌낸 희생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대구‧경북지역에세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실조차 못하고 기다리는 분이 아직 2000여 명이 있는 등 불안하고 답답한 상황"이라며 "우리 방역체계의 우수성은 한 두달이나 지나야 평가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한 말씀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상황적으로 맞지 않는 내용"이라며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이후 준비해놓은 내용이 지금 방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질본에서 2~3주 지나 직접 이야기했다면 더 큰 호응을 받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는 9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망자도 50명이 넘었다. 입원을 대기하다 사망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는 의료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 이사는 "민간단체인 대한의사협회에서도 현장에서 마스크가 부족해 지금까지 모은 성금으로 마스크를 구매해 보내기도 한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방역체계가 세계 모범이 될 것이라는 데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섣부르게 희망적 메시지를 보내기보다 어떤 부분이 부족한가 냉정히 판단해 그 부분을 해결해줘야 할 시기인 듯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