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교회 명단 제출 거부 등 처벌 조항 있어… 법조계, 고의성 입증 여부가 관건
  • ▲ 26일 코로나-19(우한폐렴) 검사가 진행 중인 서울 강동구의 한 선별진료소. ⓒ권창회 기자
    ▲ 26일 코로나-19(우한폐렴) 검사가 진행 중인 서울 강동구의 한 선별진료소. ⓒ권창회 기자
    # 지난 18일 코로나19(우한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31번 환자. 그는 확진 판정 전, 대구 모 병원 측이 검사를 권유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16일 신천지 대구교회를 가는 등 외부 활동을 이어갔다. 이로부터 5일 뒤인 23일, 경기도 용인시에서는 우한폐렴 첫 확진자가 나왔다. 20대 후반의 한국 여성 A씨였다. 질병관리본부는 A씨를 31번 환자의 접촉자로 봤다. 당초 A씨는 용인시·역학 조사관에게 '대구에 간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CCTV 확인 결과, A씨는 지난 16일 대구 본가에 갔다고 전해졌다.

    26일 오후 5시 기준, 코로나-19(우한폐렴) 국내 확진자는 모두 1261명. 우한폐렴이 확산하는 중, 일부 시민들은 관련 검사를 거부하거나 보건당국에 '허위 정보'를 알렸다고 한다.

    이에 '우한폐렴 관련해 거짓말을 하거나 정부에 협조하지 않는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여야가 26일 오후 '코로나3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료법 개정안·검역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배경이다. 이들 법안 중 확진자·의심환자와 관련, 보건당국의 검사와 격리·치료 등을 거부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코로나3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도 의문점은 남는다. 단체가 보건당국에 관련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확진자가 동선 등과 관련해 거짓 진술을 한 경우 등에도 개인·단체를 처벌할 수 있느냐다. 현재로서는 이들을 처벌하기 어렵다. 

    감염병 예방·관리법, 벌칙 조항 있지만 

    감염병 관련 법적 근거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 예방·관리법)이다. 이 법은 '국가·지방자치단체의 감염병 예방과 관리를 위한 활동에 국민은 적극 협조해야 한다(6조4항)'고 규정한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우한폐렴을 '신종감염병증후군'(1급 감염병)으로 분류해 대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시민들은 역학조사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 등을 하면 안 된다. (18조3항)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79조) 

    또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감염병관리기관장 등에게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74조의2),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질병관리본부장이 공공의료기관, 법인, 의료기관, 단체, 개인 등에게 관련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할 수 있다'(76조의2)는 내용이 관련법에 담겼다. 

    그렇다면 이들 조항은 현실에서 적용 가능할까.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감염병 예방·관리법 벌칙 조항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료법 전문의 이동찬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법에는 국민들이 감염병과 관련해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있다"며  "그러나 확진자가 허위 진술을 한 경우, '진정으로 역학조사를 거부할 목적' 혹은 '병을 퍼트릴 목적'이 그 확진자에게 있었는지 입증하기 쉽지 않아서 처벌 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감염병을 퍼트리거나 정부 조사를 거부할 '고의'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의료법 전문의 정이원 변호사 역시 "법률 해석의 문제인데, 현재 조항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이들에게도 무리하게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형법상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적용은?… '속임수인가' 입증 관건 

    보건당국에 거짓 정보를 알려주는 행위 등을 형법으로 처벌하는 데에는 법조계 시선이 갈린다. 우한폐렴 확진자의 거짓 진술 등에는 공무집행방해(형법 136조), 업무방해(형법 314조) 혐의가 적용될 여지는 있다. 공무집행방해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업무방해는 '위력 또는 위계를 사용해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한다. 여기서 말하는 '위력'은 폭행 또는 협박을, '위계'는 속임수 등을 의미한다. 

    가령 교회 등 단체가 내부 회원들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 이들을 업무방해 등으로 처벌하려면 물리적 폭행이나 '상대를 속이려는 뜻'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활동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개인에게 종교활동을 했는지 묻거나 특정 교회에 자료를 요구했는데 이를 거부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이때 종교활동을 숨기는 교리나 신념이 (해당 종교에) 있다면 이를 위계라고 보기 어렵고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 출신의 김모 변호사는 "개인의 명예, 불리한 부분에 대한  진술 거부 등에 대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동선을 말하지 않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실제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단체, 법인이 우한폐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천지 관련 수사에 신중한 입장이다. 대검찰청 측은 지난 25일 '신천지 교회 본부를 압수수색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두고, 압수수색 영장은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고 필요성이 인정될 때에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교회·대구 탓?…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한편 신천지 교회, 대구 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정부의 부족한 대응 능력을 비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감염병 예방·관리법에 따라 우한폐렴 초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권오현 변호사는 "우한 폐렴과 관련해 거짓 진술을 하거나 보건당국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감염병 예방·관리법에 따른 벌칙조항 외에 형법상 업무방해도 적용될 여지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우한폐렴 확산세는 특정 종교 만의 문제로 몰아세우기보다는, 정부가 감염병 관련 법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던 것이 더큰 화를 불러 일으켰던 주요 요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들도 비슷한 견해를 전했다. 정이원 변호사는 "초기에 정부가 충분히 선제적으로 대응이 가능했었다"며 "이번 감염병은 치사율이 높지는 않지만 무증상일 때 전염될 가능성이 커서 초기에 (정부가) 이동을 적극적으로 제한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같은 의료법 전문의 이동찬 변호사 역시 "코로나-19라는 병명이 확정된 이상 별도로 이 병을 1급 감염병으로 지정해야 하고, 모든 단체활동에 대해 정부가 따로 관련 지침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