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돈퓰리즘⑥ 노인예산 6349억→1조2015억… "세금 풀어 고용통계 왜곡"
  • ▲ 지방자치단체의 노인일자리사업 발대식. ⓒ뉴데일리DB
    ▲ 지방자치단체의 노인일자리사업 발대식. ⓒ뉴데일리DB
    정부·여당의 4·15총선용 '현금 살포'의 영향이 동네 경로당에까지 미치고 있다. 정부의 올해 노인일자리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매년 상승하다가 총선이 치러지는 올해는 전년보다 예산을 대폭 늘려 2018년에 비해 2배 규모로 커졌다. 이를 두고 여권의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60세 이상 노인 표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정부는 늘어난 예산으로 올해 65세 이상 노인일자리를 전국적으로 74만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사실상 '단기 알바'다. 주요경제활동 인구 연령대인 40대 일자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작년 대비 13만개나 늘리겠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노인일자리 확대를 두고 "통계 조작" "총선용 엉터리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올해 1조2000억 투입해 노인일자리 74만 개 만든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두었던 지난달 23일. 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충북 청주시 우암시니어클럽을 찾았다. 구 2차관은 노인들을 만나 "정부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및 노인인구 진입에 따라 노인일자리 확대 수요를 충족하겠다"며 "어르신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노인일자리 모델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어르신일자리 현장을 둘러보며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1조2000억원을 투입해 노인일자리 74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대비 13만 개를 늘린 것이다. 

    노인일자리 관련 예산은 해마다 증가한다. 2018년 6349억원에서 2019년 9228억원으로 크게 는 데 이어 올해에는 1조2015억원으로 사상 처음 '노인일자리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일자리 참여기간도 평균 9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연장되고, 종전 3월 이후 참여하던 일자리를 1월부터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인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단기 일자리다. 공공시설 봉사, 상담안내, 학습지도, 장기요양 서비스 업무지원 등 공익활동 및 사회 서비스에 노인들을 투입하고 월 10만~65만원을 지급한다. 한 달 평균 활동시간은 10~30시간에 불과하다. 실버카페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 노인을 채용할 경우 지원하는 금액은 올해부터 연 230만원에서 267만원으로 인상해 노인 고용을 유도한다.
  • ▲ 신년사를 발표하는 문재인 대통령. 2020.1.7ⓒ청와대
    ▲ 신년사를 발표하는 문재인 대통령. 2020.1.7ⓒ청와대
    세금 풀어 통계 왜곡하고 "고용 개선됐다" 자화자찬

    이렇게 늘어난 노인일자리는 여권의 고용지표 왜곡에 이용된다. 한껏 부풀려 왜곡된 통계를 근거로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고용이 개선됐다"고 자화자찬하는 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지난해 신규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해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정부도 지난달 15일 합동 브리핑을 열고 "2019년 12월 취업자가 51만6000명 증가해 2014년 8월 이후 64개월(5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정부 통계를 언급하며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지난해 일자리 상황은 크게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경제주축인 40대 일자리 16만 명 감소, 60세 이상은 37만 명 늘어나

    그러나 이는 정부가 '단기 알바'나 다름없는 노인일자리에 '혈세'를 대량으로 살포한 결과다.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19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40대 취업자는 2018년에 비해 16만2000명 감소했다. 또 30대도 같은 기간 5만3000명 감소했다. 경제활동의 주축이 되어야 할 30~40대가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셈이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대비 37만7000명 늘었다. 50대 취업자도 9만8000명 늘었다. 

    경제활동참가율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4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은 하락한 반면, 60대는 상승했다. 지난해 전 연령대 경제활동참가율은 63.3%로 전년 대비 0.2%p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이 43.0%로 전년(41.4%) 대비 1.6%p 상승해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반면, 40대는 80.2%로 전년(81.0%) 대비 0.8%p 하락했다. 노인일자리사업이 정체된 취업자 수를 늘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 "세금으로 통계 조작" "심각한 정책 실패"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무리한 노인일자리 확대정책에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인일자리정책은 선거를 앞두고 푼돈도 안 되는 돈을 주고 노인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서민 삶을 도와주는 역할도 못하는 완전 터무니없는 정책으로, 심각할 정도의 정책 실패"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그러면서 "사실상 통계수치를 올리는 게 정책목표"라고 꼬집었다. 

    김대환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도 "선거를 앞두고 세금으로 통계수치를 높이기 위한 것 아니냐"며 "이런 건 통계조작에 가깝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