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이어 비서관이 기업 호출해 "방안 달라" 요구… 시장경제원칙 이탈 논란
  •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청와대가 국정과제로 선정한 '2차전지사업'과 관련, 국내 전기자동차 배터리 3사와 현대자동차에 '미래차 공동연구개발(R&D)'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2차전지사업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권력형 비리'와도 연결돼 있다.

    23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강성천 산업통상비서관(당시 산업정책비서관)은 지난해 12월 중순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와 현대자동차 고위임원을 청와대로 불러 "공동으로 미래차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나설 방안을 찾아달라"고 요구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도록 배터리 3사가 힘을 모으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 비서관은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이 이끄는 정책실 소속이다.

    김상조 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해 11월 5대 그룹이 공동으로 신사업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청와대가 잇달아 정부 주도의 ‘공동사업’을 요구하자 재계에서는 우려가 크다. 답을 찾기도 어렵지만 정부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부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배터리업계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회사들이 각자 보유한 핵심기술을 공유하며 공동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은 각 기업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쌓아온 결과이고, 기술개발은 보안이 핵심”이라고 말했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한국당 "시장경제 몰이해, 전체주의적 발상"

    청와대의 '기업 간섭' 논란에 야권에서는 강한 비판이 나왔다.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 정권의 경제정책이 사회주의를 넘어 전체주의로 가고 있다"며 "‘부동산매매허가제’도 모자라 ‘공동사업화’라는 미명 아래 기업들에 ‘헤쳐모여’식 지시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공동 신사업 운운하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에 대한 몰이해를 반영한 발상이다. 무한경쟁시대에 자신들만의 기술로 남들보다 한 발자국이라도 앞서가려는 기업들에 공동사업화는 어불성설"이라며 "말이 요청이지 기업들로서는 협박이고 지시에 다름없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도 모자랄 판에, 정부가 오히려 기업의 운영과 성장을 방해하는 꼴이다. 차라리 정부가 가만히 있어달라는 아우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사회주의를 넘어선 정부의 전체주의적 정책에 기업 투자는 더욱 줄어들 것이고,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2차전지, 조국 부부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

    문재인 정부는 2차전지 육성에 공을 들여왔다. 2017년 5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직후 정부의 지원 예산은 대폭 늘어났다. '조국펀드'가 투자한 자동차부품업체 익성은 이때 2차전지사업에 뛰어들었다. 두 달 뒤인 7월 소재부품기술 개발에 6억8000만원, 10월엔 탄소산업 기반 조성에 11억5000만원 등 네 가지 사업에 총 35억2000만원을 받아냈다. 또 다른 조국펀드 관련사인 더블유에프엠(WFM) 역시 2018년 7월 전라북도 2차전지사업 육성 대상자로 선정돼 예산 1860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이보다 1년여 앞서 익성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코링크PE를 통해 투자한 사람이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다. 검찰에 따르면 정 교수는 2015년 12월 서울 청담동의 익성 사무실에서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 씨로부터 ‘1년6개월 투자하면 예상수익이 15~29% 정도 된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은 정 교수의 차명주식 투자와 관련해 '공직자윤리법상 백지신탁 의무를 어기고 재산을 허위신고한 혐의'를 받는다.

    익성 관계자들은 2차전지사업 참여에 대해 "조범동 씨가 '조국 장관 쪽이 돈을 대는 사업'이라고 해서 들어간 것"이라며 "조씨가 (사업 과정에서) 청와대와 대통령까지 팔았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