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공문 발송 → 인권위 '요건 미흡' 반송 → 靑, 인권위에 재발송 → 인권위, 靑에 재반송"
  • ▲ '조국 가족 인권침해 수사 청원'에 대해 지난 13일 강정수 디지털센터장이 영상을 통해 답변하고 있다.ⓒ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 '조국 가족 인권침해 수사 청원'에 대해 지난 13일 강정수 디지털센터장이 영상을 통해 답변하고 있다.ⓒ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가 '조국 가족 인권침해' 조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압박했다는 논란이 인 가운데, "인권위원회가 조국 가족 인권침해 관련 청와대 청원을 조사할 수 있다"는 청와대의 발언이 거짓으로 확인됐다. 인권위가 그런 답변을 청와대에 한 적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가인권위가 조국 장관과 가족 수사 과정에서 빚어진 무차별 인권침해를 조사해달라'는 청원에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답변에 협조해달라'며 인권위에 협조공문을 보냈다. 청원 개시 후 한 달새 20만 명 이상이 동의해 청와대가 답변해야 했기 때문에, 인권위가 이에 대해 조사를 개시할지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가 인권위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인권운동사랑방·다산인권센터·광주인권지기활짝 등 15개 인권운동단체는 15일 공동성명을 통해 "인권위는 청와대가 조사를 지시하는 하부 행정기관이 아니다. 인권위에 국민청원을 전달하는 공문이 발송된 자체만으로 인권위의 독립성이 침해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국가기관에 공문을 보낸 것은 '전달'이 아니라 '지시'로 보이기에 충분하다는 비판이었다.

    靑디지털센터장의 거짓말 "인권위, 조사 착수 가능하다 답변"

    또 다른 문제는 청와대가 이 청원에 답변하면서, 인권위가 내지도 않은 공식 견해를 마치 인권위로부터 전달받은 것처럼 왜곡해 발표했다는 데 있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13일 청원게시판에 동영상 답변을 올리며 "국가인권위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접수된 청원 내용이 인권침해에 관한 사안으로 판단되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런 견해를 청와대에 전달한 적 없다는 사실을 17일 노컷뉴스가 확인했다.

    16일 인권위가 낸 해명자료에 따르면, 인권위는 7일 청와대의 공문을 접수한 다음날인 8일 '진정 제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의 회신 공문을 청와대에 보냈다. 국민청원이 익명으로 제기돼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에 따라 조사 개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그러자 9일 청와대는 '요건을 갖춰달라'는 인권위의 요청을 무시하고 '국민청원을 이첩한다'는 내용으로 다시 인권위에 공문을 보냈고, 나흘 뒤인 13일 청와대는 이 공문이 착오로 발송됐다며 폐기를 요청했다. 이에 인권위는 문서를 다시 청와대로 돌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인권위가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밝힌 적은 없었다. 강 디지털센터장이 내놓은 답변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이다. 

    인권위 "익명 청원은 조사 못해, 요건 갖추라 했을 뿐"

    이와 관련해 인권위 관계자는 CBS와 통화에서 "통상의 경우 인권위법상 각하 형식 요건을 설명하는 단순한 안내를 했다"며 "익명 청원은 조사할 수도 없다. 요건을 갖춰야지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안내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