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상정 선거법안 또 수정하자니 명분 없고… 비례정당 만들자니 '선거제 개혁' 위배되고
  • ▲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비례한국당'카드에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비례한국당'카드에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대안신당)'에서 합의한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비례한국당 창당 카드'에 더불어민주당이 고민에 빠졌다. 27일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례정당 방지조항을 만들자는 의견과 비례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4+1협의체'가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에 자유한국당이 비례한국당 카드를 꺼내들었다. 개정된 선거법으로 선거를 치를 것에 대비한 판단이다. 한국당이 묘수를 꺼내들자 민주당도 후폭풍을 염려한다. 지난 24일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 의장은 "민주당 내부문건을 입수했다"며 "민주당도 비례민주당을 준비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민주당이 개정된 선거법을 적용해 내년 총선을 시뮬레이션했다는 이 문건에는 비례한국당이 창당되면 범보수 정당이 의석 과반수를 얻는다는 분석이 담겼다. 

    민주당은 고민에 빠졌다. 선거법 개혁을 외치며 우여곡절 끝에 만든 선거법 개정안이 비례한국당 창당으로 자신들에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례한국당에 대응하기 위해 선거법안 재수정과 비례민주당 창당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의견은 엇갈린다.

    민주당 "정의당은 정의당이 알아서… 현실적 방안 찾아야"

    민주당 소속 초선 A의원은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의 약점을 파고들어 꼼수를 사용하려 한다"면서도 "지도부가 합의 과정에서 이런 점을 고려하지 못한 것은 실수"라고 평가했다. 이어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 지역구 의원을 출마시키지 않으면 비례대표도 얻을 수 없도록 개정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돌고 있다"고 귀뜸했다. 

    수도권의 민주당 B의원은 "비례한국당 같은 꼼수에 우리가 정도(正道)로 맞설 이유도 없다"며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한국당의 모습이 우리가 비례민주당을 창당할 명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거법 개정안을 다시 수정하려면 또 다시 논의가 시작돼야 하는 데다, 이미 상정된 법안을 수정하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 선거법 개정안 수정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비례민주당을 창당하면 정의당 등 군소정당들이 반발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B의원은 "정의당의 나아갈 길은 정의당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한국당이 꼼수를 동원하는데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답했다. 

    하지만 비례민주당 창당과 선거법 개정안 재수정은 선거법 개혁을 명분으로 만든 법안의 취지와 동떨어져 실제로 이를 결행할 경우 민주당이 모든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당 "비례한국당은 정당방위… 당리당략 민주당 민낮 드러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국회의 관례와 합법적 절차는 안중에 없고 모든 것을 당리당략적으로 처리하려는 민주당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당이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당을 제외한 잡당들의 모임이 민의를 왜곡하는 선거제도를 만들려고 하기 떄문에 정당방위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비례민주당을 만들겠다느니, 비례한국당을 못 만들게 하려고 하겠다느니 하는 것은 여당의 못된 행동으로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본회의 상정된 선거법안을 또 수정한다고? 헌정 무너뜨리는 행위

    "민주당의 선거법안 재수정과 비례민주당은 헌정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짜장면을 패스트트랙에 태웠으면 수정하더라도 간짜장이나 삼선짜장이 나와야 하는데 뜬금없이 비지찌개가 나오면 수정이 아니라 위헌"이라며 "본회의에 상정된 선거법안을 또 수정한다면 이것은 헌정을 무너뜨리는 최악의 관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평론가는 비례민주당 창당에 대해 "비례한국당과 비례민주당이 나오면 결과적으로 군소정당들은 사망선고를 받는 것"이라면서 "(선거법 개정안이) 스스로 외쳤던 선거제 개혁이라는 초심이 무너지고 비례위성정당 출현으로 양당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결과를 내게 하는 것이라면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폐기하고 현행법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온당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