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권 판사, 대법 판례 제시하며 검찰 공소장 변경 불허… MB 재판부, 검찰에 공소장 변경 제안
  • ▲ 법원. ⓒ박성원 기자
    ▲ 법원. ⓒ박성원 기자
    '김명수(60·사법연수원 15기) 사법부'가 '친정권' 성향의 재판 행태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적폐청산' 재판에선 검찰 측에 '편의'를 봐주는 듯한 재판을 진행하던 사법부가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재판에선 검찰 측 의견을 무시하고 조 전 장관 측으로 '기울어진' 재판 진행을 하고 있어서다. 법조계에서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20일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57) 씨의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송인권(50·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에게 추가 의견서를 제출했다.

    "전대미문 재판" 송인권 판사, 정경심 변호인에 꾸준한 '힌트'

    앞서 19일 "전대미문 재판"이라며 재판부와 충돌했던 4차 공판준비기일 이후 하루만에 제출된 이 의견서에서 검찰은 '기소 이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의견서를 제출한 이유는 해당 기일에서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변호인단에 "공소제기 이후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주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정씨 측 변호인은 검찰 증거기록 중 일부 기록이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수집됐다며 증거로 쓰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의 변론 도중 송 판사는 이례적으로 변호인 측에 "압수수색 부분도 말해달라"고 요청했고,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을 보면 압수수색은 공소제기 이후 진행할 수 없다"며 "공소제기 이후 압수수색으로 수집된 정씨와 그의 딸 조민 씨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검찰 측에는 이의제기도 못하게 하면서 변호인은 말하지도 않은 부분을 추가로 말하게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판사의 '기울어진' 재판 진행 사례는 또 있다. 10일 열린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는 변호인 측에 '힌트'를 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검찰이 기존 사문서 위조 혐의 공소사실 일부 변경과 추후 기소된 자본시장법 등 14개 혐의를 병합하는 취지의 공소장 변경 신청하자, 대법원 판례까지 제시하며 기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판사는 이례적으로 법정 실물화상기에 PPT를 띄워 "대법원 판례를 보면 공범·일시·장소·방법·행사목적 중 하나만 동일하면 동일성이 충분히 인정되지만, 다섯 가지 모두 중대하게 변경돼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한다"고 했다.

    송 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36)씨 참고인 조사 조서의 증거능력 여부에 대해서도 변호인 측에 부동의 의견을 내달라고도 주문했다. 그는 "조범동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제기 이후 참고인 조사가 이뤄졌다면 대법 판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변호인은 이 부분 참고해서 부동의 의견을 검토하라"고 했다. 검찰은 "참고인 조사는 별도의 사건 수사과정에서 적법하게 취득한 것"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MB 재판에선 검찰에 '힌트' 준 김명수 사법부… 편파 논란

    '김명수 사법부'에서 송 판사 같은 '편파 논란'이 있는 재판 행태가 포착된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적폐청산' 재판에서도 수차례 발견된다. 다른 점은 '변호인'이 아닌 '검찰' 입장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정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담당하는 서울고법 형사1부의 정준영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20기)는 삼성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공소장 변경을 두고 검찰에 '힌트'를 줬다.

    우선 정 판사는 4월쯤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보낸 돈이 어떻게 이 전 대통령의 직접 뇌물이 될 수 있느냐"며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유도했다. 검찰은 같은 달 기존 직접 뇌물죄에 제3자 뇌물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승인했다. 당초 검찰은 삼성전자가 2007년 11월부터 기존 거래하던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Akin Gump)와 '프로젝트M'이라는 계약을 맺고 매월 12만5000달러씩 자문료를 지급한 부분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삼성의 자금지원이라며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5월 이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던 검찰에게 "법률서비스를 뇌물로 제공받았다는 취지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하라"고 주문한 것도 '편파 재판'으로 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당시 정 판사는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돈을 주면서, 에이킨검프가 제공하는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검찰에 석명을 명령했다. 검찰은 정 판사의 석명 요청대로 '법률서비스 제공 받았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정 판사가 이 같은 석명을 요구한 배경은 이 전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뇌물 공여자의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뇌물사건 공여자인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 "어떤 특정한 사안에 도움을 받고자 했다기보다는, 도와주면 회사에 유익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지원했다"며 부정한 청탁이 없었음을 증언했다. 결국 제3자 뇌물 혐의도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검찰은 정 판사의 힌트에 따라 움직이며 공소장을 2차례 변경한 셈이 됐다.

    법조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원" 비판

    법조계에서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피고인에 따라 재판양상이 달라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한 고위 법조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더니 정말 그대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김명수 체제의 사법부도 판사가 청구되지 않은 보석이나 검사의 퇴정을 언급하는 등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사는 심판"이라며 "중립적이어야 할 판사가 이런 식의 행태를 지속한다면 공정성 시비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