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해자와 '합의'…'처벌불원서' 제출 정상참작
  • ▲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로 긴급체포된 배우 강지환(43·본명 조태규)이 7월 1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경기 성남=정상윤 기자
    ▲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로 긴급체포된 배우 강지환(43·본명 조태규)이 7월 1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경기 성남=정상윤 기자
    자택에서 잠든 여성 스태프를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배우 강지환(43·본명 조태규·사진)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로써 강지환은 구속된지 5개월 만에 석방됐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최창훈)는 5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준강간·준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강지환에게 이 같은 형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강의 40시간 수강,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3년간 취업제한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건 당시 심신 상실 혹은 항거 불능 상태였다고 말한 진술이 의심된다'며 공소사실 중 준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보면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든 상태였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준강간 혐의와 더불어 공소사실 전체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피해자들이 피고인과 합의했고,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점을 감안했다"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결심공판이 열린 지난달 21일, 강지환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이날 검찰은 강지환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하는 한편,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신상정보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5년간 취업제한 등을 명령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회식장소는 강지환 집, 7월 9일 오전부터 파티

    강지환은 지난 7월 9일 오후 10시 50분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여성 외주 스태프 2명을 준강간하거나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이날 강지환의 소속사 직원들과 강지환의 자택에서 낮부터 회식을 했던 피해여성 A씨는 오후 9시 41분쯤 서울에 있는 친구 B씨에게 "탤런트 강지환의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지금 갇혀 있다"는 SNS 문자를 보내며 경찰 신고를 부탁했다.

    피해여성들에 따르면 이날 강지환의 집에서는 특정 통신사 휴대전화만 발신되고, 다른 통신사 휴대전화는 통화불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112 신고나 소속사 측과 통화에 연거푸 실패한 A씨는 개방형 와이파이를 이용해 지인들에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로 구조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신고를 받고 강지환의 자택으로 출동한 경찰은 피해여성들로부터 "잠을 자다 강지환에게 성폭행(성추행)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강지환을 체포했다.

    A씨는 피해자 진술조사에서 "잠을 자다 강지환이 바로 옆에서 다른 피해여성 C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제서야 강지환이 범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또 A씨는 "그 순간 (자신의) 옷매무새를 보니 심하게 흐트러져 있어 강지환에게 비슷한 피해를 당한 것 같다고 진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C씨도 자신이 기억하는 그날 상황을 진술했는데, A씨의 진술과 상충되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 불러주겠다"는 얘기 듣고 집에 남아

    사건 당일 강지환의 자택에서 열린 회식에 참석한 일행은 강지환을 포함해 총 7명이었다. 이날 퇴직을 앞둔 스태프를 위해 송별회까지 연 강지환 일행은 상당히 많은 양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날이 저물자 몸이 안 좋다는 사람을 포함해 4명은 돌아가고, 여성 2명과 강지환 등 3명만 남았다.

    당시 "짐도 많으니 돌아갈 때 택시를 불러주겠다"는 강지환의 말을 듣고 남은 여성 2명은 강지환과 함께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답을 못하는 이가 벌칙으로 술을 마시는 게임'을 했다. 그러다 만취한 여성들은 오후 6시쯤 2층으로 내려와 잠들었고, 강지환은 3층에 있는 자신의 침실로 들어갔다.

    이후 강지환이 2층으로 내려와 잠든 여성들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했다는 게 검찰과 경찰이 확인한 사건 정황이다.

    체포 직후 "술을 마신 건 기억나는데 그 이후의 상황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던 강지환은 지난 7월 15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저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크나큰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강지환은 변호인을 통해 "준강제추행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진술 일부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정황이 있고, 일부 사실의 경우 기억하지 못해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는 변론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