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위해 어쩔 수 없었다”변명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 전 검사장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 전 검사장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내용에 결점이 많은 걸 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패스트트랙이란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부연했다. ⓒ뉴데일리 DB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이 사퇴 전 검사장들과 만찬 자리에서 “수사권조정안 결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고 27일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지난달 2일 검사장승진자 교육에 참석했던 검사장 8명과 비공개 만찬 자리에서 복수의 검사장이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나온 답이다. 조 전 장관은 “저도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내용에 결점이 많은 걸 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이란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부족한 점은 차차 보완해 나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수사권조정안 패스트트랙 위해 어쩔 수 없다. 보완해 나가겠다”

    이날 만찬에 참석한 검사장들은 조 전 장관의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 검사장은 “일국의 법무부장관이자 민정수석이 문제가 있는 법안을 국회에 부의했다고 고백한 데 충격을 받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절차도, 내용도 잘못된 법안을 정치적 계산에 따라 올린다는 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사장 역시 “당연한 발언”이라며 “누구나 공감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한 검사장은 국회에 상정된 패스트트랙 안에 따르면 경찰이 수사한 살인사건 배후에 조직폭력배 두목 등 주범이 따로 있더라도 검찰 수사지휘 범위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수사지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로 수사권조정안을 비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자 조 전 장관은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기획조정실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주도했던 문찬석 광주지검장(58·24기)에게 “이렇게 해석될 수 있는 게 맞느냐”고 되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지검장이 “해석상 논란으로 인해 수사지휘를 못한다는 게 정식 자문 결과”라고 답변하자 조 전 장관은 “몰랐다. 이것도 보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스트트랙안의 문제점 보완 필요성은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도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은 지난 5월 전국 검사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확대 △경찰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 강화 △경찰의 1차 수사종결사건에 대한 검찰 송치 검토를 제시했다.

    신문은 이날 만찬에서도 박 전 장관의 메일 내용이 언급되자 조 전 장관은 김오수 차관, 이성윤 검찰국장 등 법무부 간부들에게 “충분히 검토해서 보완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 ▲ 법조계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는건 시기상조라며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정상윤 기자
    ▲ 법조계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는건 시기상조라며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정상윤 기자
    이에 대해 법조계는 “사법권을 마음대로 흔들려는 정권의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사법통제가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찰의 1차적 수사에 대한 검찰의 최종 판단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조계 “사법권 마음대로 흔들려는 정권 의도 드러난 것… 수사권 조정은 ‘개악’”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27일 본지와 통화에서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것은 ‘개악’이다. 현재 경찰의 능력과 수사력은 물론 수사 과정의 인권 등 상황을 봤을 때 수사를 독점적으로 해서 올리면 문제가 무척 많아질 것”이라며 “경찰 내에서도 우수한 인력하고 검찰들하고 함께 수사만 하는 연합체를 만든다면 그 이후 검찰이 기소만 하고 그런 방식이 아니고서는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선미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갈 수밖에 없다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나”라며 “검사가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검찰은 준사법기관으로서 독립성이 보장되는데 경찰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데 현 상황에서 경찰에 독립수사권을 준다는 건 정권 마음대로 수사하겠다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경찰만 있을 때 국민의 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니 검찰이라는 기관을 만들게 된 건데, 검찰 수사권을 분리하는 걸 계속 밀어붙이는 건 정권의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기수 변호사 역시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것은 시기상조다. 검찰 수사권을 떼어 경찰에 주게 되면 독자적인 수사 개시권·종결권이라는 굉장히 큰 권한을 주게 되는 건데, 통제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도 경찰이나 검찰은 따로 따로 수사하기 때문에 경찰의 수사를 검찰이 맡겨놓고 관여하지 않는 게 관행처럼 되어있다. 법규에 의해 그렇게 되는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제도가 정착된 상태”라며 “이걸 법제화·제도화하게 되면 관여할 방법이 없어 통제할 수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