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양말 손에 끼고 범행했다”… 피해자 신체 특징, 집 구조 등 자세하고 일관되게 진술
  • ▲ 경찰이 '화성 8차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라고 사실상 잠정 결론지었다. 경찰은 이춘재 진술 등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당시 현장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합뉴스
    ▲ 경찰이 '화성 8차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라고 사실상 잠정 결론지었다. 경찰은 이춘재 진술 등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당시 현장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합뉴스
    진범 논란이 인 ‘화성 8차 사건’ 범인은 이춘재(56)라고 경찰이 잠정 결론내렸다. 경찰이 과거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이춘재가 자백한 범행 당시 상황 등 상당부분이 현장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5일 ‘화성 8차 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열고 “이춘재가 피해자 A양의 신체적 특징은 물론 집과 방 구조, 침입 경로, 시신 위치 등을 자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옥고를 치른 윤모(52) 씨의 과거 진술보다 이춘재의 자백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8차 사건 범인으로 복역한 윤씨 과거 진술보다 이춘재 자백 신빙성 있어”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의 한 가정집에서 박모(당시 13세) 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붙잡힌 윤씨(당시 22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하다 2009년 가석방됐다. 윤씨는 수감 당시부터 “경찰의 고문 등 강압수사로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지난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수사본부가 이춘재를 '화성 8차 사건'의 진범으로 결론내린 이유는 이춘재가 범인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박양의 신체특징, 범행수법, 범행 후 행동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해서다.

    경찰에 따르면, 이춘재는 A양 집에 들어가 양말을 손에 낀 상태로 박양의 옷을 모두 벗긴 뒤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후에는 다른 속옷 등으로 갈아입힌 뒤 빠져나왔다고 진술했다. 속옷을 갈아입힌 이유에 대해서는 “속옷에 혈흔 등이 묻어 가지고 나와 버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윤씨의 과거 수사기록 등에는 윤씨가 A양의 속옷을 무릎까지 내린 상태에서 범행했고, 범행 후 다시 입혔다고 돼 있다.
  • ▲ '뒤집힌 속옷' 등에 대한 이춘재 진술은 당초 범인으로 체포돼 20년간 복역한 윤씨 진술보다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윤씨는 지난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뉴시스
    ▲ '뒤집힌 속옷' 등에 대한 이춘재 진술은 당초 범인으로 체포돼 20년간 복역한 윤씨 진술보다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윤씨는 지난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뉴시스
    경찰은 박양이 발견될 당시 속옷이 뒤집혀 입혀진 점 등을 감안할 때 ‘옷을 무릎까지 내리고 범행했다’는 윤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과거 수사기록에는 속옷을 뒤집어 입었다는 부분이 없었지만, 현장 사진 등을 확인해본 결과 속옷을 뒤집어 입은 것을 확인했다"며 "중학생인 피해자가 속옷을 거꾸로 입었다고는 볼 수 없어 ‘다른 속옷으로 다시 입혔다’는 이춘재 자백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춘재 “양말 손에 끼고 범행한 후 다른 속옷 입혀”… 윤씨 고문 여부도 수사

    이춘재는 '양말을 벗어 양손에 끼고 박양 집에 맨발로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수법도 진술했다. 과거 수사기록 등에 따르면, 당시 박양 집에서는 흙과 함께 맨발 발자국 3개도 발견됐다.

    하지만 윤씨의 과거 자술서 등에는 "장갑을 끼고 범행했다"는 내용은 없었고, 범행 현장에서 윤씨의 지문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범행 당시 사진을 재감정 의뢰한 결과 "박양의 시신에서 발견된 범행 흔적이 맨손으로 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춘재는 범행 장소에 대해서도 "중학교 1년 후배가 피해자 집에 살아서 어릴 적에 가봤다"며 "이 친구가 이사한 뒤엔 외지사람들이 와서 사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편 경찰은 윤씨가 주장한 과거 경찰의 고문 등 위법행위와,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과거 국과수의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윤씨를 수사한 경찰관들은 여전히 "윤씨가 범인이라는 국과수 수사 결과가 있어서 윤씨를 고문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