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민 "4주 복용 후 통증 줄어"… 식약처 "장기 손상 등 부작용 우려" 복용 자제 권고
  • ▲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 ⓒ김철민 페이스북
    ▲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 ⓒ김철민 페이스북
    폐암 4기 선고를 받은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52)이 "개 구충제인 '펜벤다졸(fenbendazole)'을 4주간 복용한 뒤 통증이 반으로 줄고 혈액검사 결과도 정상으로 나왔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원자력병원에 왔다"는 글과 함께 인증샷을 올린 김철민은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인 뒤 "여러분의 기도와 격려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철민은 지난달 24일 미국의 한 폐암 말기 환자가 펜벤다졸을 복용한 뒤 완치됐다고 주장하는 유튜브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모험을 한 번 해볼까 한다"며 펜벤다졸 복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조 티펜 "3개월 간 펜벤다졸 먹고 암 완치"

    김철민이 말한 영상은 2017년 '조 티펜(Joe Tippens)'이라는 60대 미국 남성이 "의사 처방없이 3개월 간 펜벤다졸을 복용한 결과 암세포가 없어졌다"며 펜벤다졸의 효능을 주장한 영상을 가리킨다.

    이 영상에 따르면 조는 2016년 폐암 진단을 받고 이듬해 간·췌장·방광·위 등 전신으로 암이 전이돼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러던 중 '뇌종양 말기 암환자가 개 구충제를 먹고 6주 만에 암세포가 사라졌다'는 어느 수의사의 기록을 보고 펜벤다졸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복용 3개월 후 PET-CT(양전자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를 받은 조는 '암세포가 없어졌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듬해 검사에서도 암은 재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영상으로 '펜벤다졸이 항암제로서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각종 암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김철민처럼 복용 후기를 올리거나 펜벤다졸의 구매 정보 등을 공유하는 글들이 늘어 났다.

    특히 김철민이 펜벤다졸의 복용 효과를 SNS에 공개하면서 29일 오전 펜벤다졸을 생산하는 제약사의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 ▲ 영국 대중지 '더 선'과 인터뷰 중인 조 티펜. ⓒ'더 선' 유튜브 방송 화면 캡처
    ▲ 영국 대중지 '더 선'과 인터뷰 중인 조 티펜. ⓒ'더 선' 유튜브 방송 화면 캡처
    펜벤다졸 고용량·장기간 투여 시 부작용 발생 우려

    그러나 보건당국은 "동물용 구충제는 동물에게만 허가된 약"이라며 "펜벤다졸 같은 구충제를 사람이 고용량·장기간 투여할 경우 장기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는 28일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암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입증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SNS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는 사람이 아닌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라면서 "구충 효과를 나타내는 낮은 용량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나, 항암효과를 위해서는 흡수율이 낮은 펜벤다졸을 고용량, 장기간 투여해야 하므로 혈액·신경·간 등이 손상되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펜벤다졸과 관련된 주장은 증명된 사실이 아니"라며 "▲펜벤다졸은 최근까지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결과가 없고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상반된 보고(동물실험 결과)도 있으며 ▲40년 이상 사용된 대상은 동물(개)이고 ▲사람에게는 처방해 사용한 적이 없으므로 사람이 사용할 때의 안전성은 보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처는 "사람에게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의약품은 이미 허가돼 시판되고 있다"며 "'빈크리스틴(1986년 허가)', '빈블라스틴(1992년 허가)', '비노렐빈(1995년 허가)' 등이 (펜벤다졸처럼) 암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세포 내 기관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