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빵에서 앙꼬만 빼먹는 것" "진정성 없다"… 민주 계획대로 상정돼도 통과 미지수
  • ▲ 지난 16일 공수처법안 논의를 위해 여야 3당 3+3회담에 참석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부터). ⓒ이종현 기자
    ▲ 지난 16일 공수처법안 논의를 위해 여야 3당 3+3회담에 참석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부터).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선(先)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각 정당 간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선거법 개정 선 처리를 원하는 범여권 정당과 민주당의 공조에도 균열이 생기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수처 설치법안의 우선 처리를 결정했다. 회의 후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한 검·경 수사권 조정법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한 선거법이 있는데, 선거법은 11월 말이 돼야 본회의에 올라갈 수 있다"며 “10월29일 이후에는 공수처법 처리를 강력히 진행하는 것이 민의에 맞는 대응이라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공수처법은 28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기간이 만료돼 29일부터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도 21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23일까지 한국당이 성의 있는 자세와 협상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다른 야당과 함께 29일부터 (법안 처리를) 실행에 옮기겠다" 고 밝혔다. 지난 4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간 합의인 '선 선거법 개정' 합의를 깨고 여야 4당과 협의해 공수처법안을  먼저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기존 방침대로 '공수처 설치 절대 반대' 주장을 고수했다. 21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선 처리는 본회의장에서 날치기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선거법으로 다른 야당까지 속이면서 결국 장기집권용으로 중국 감찰위원회처럼 한국판 감찰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공수처법 협상 불가 방침을 이어갔다.

    "공수처법 선처리, 본회의장에서 날치기 하겠다는 것"

    민주당의 이 같은 방침에 반발하는 것은 한국당뿐만이 아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대안정치는 민주당의 공수처법안 선 처리 방침에 명확한 반대 견해를 표명했다. 정의당은 제안이 올 경우 적극적으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1일 "공수처법 우선 처리는 기존 합의를 깨고 파기를 선언한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확실히 했다. 바른미래당의 당내 당으로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대표인 유승민 의원은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공수처와 선거법 개정을 반드시 막겠다"며 반대 방침을 확실히 했다. 당초 변혁 소속 의원들은 '권은희안'으로 협상 여지를 열여놨지만, 유 의원이 확고한 반대 의사를 내면서 ‘반대’ 쪽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민주평화당도 21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공수처법이 먼저 통과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지난 4월 여야 패스트트랙 합의에 앞선 '선 선거제 처리 후 검찰개혁'은 바꿀 수 없는 신의이자 신뢰의 약속"이라며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민주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조배숙 평화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여전히 시민의 명령을 잘못 알아듣고 있다"며 "(민주당이) 야3당과 했던 약속을 저버리고 검찰개혁 관련 법안들을 먼저 처리하자는 것은 또 한 번 진영싸움을 벌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수처법 선처리는 찐빵에서 '앙꼬'만 빼먹겠다는 것"

    대안정치는 유보적 견해를 보였지만 민주당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장정숙 대안정치 대변인은 본지와 통화에서 "22일 의원들이 만나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면서도 "이미 합의한 사항이 있는데 아무리 집권여당이라도 우리에게 양해와 설득 없이 진행하는 것은 오만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은 알지만 시기를 독단적으로 정하고 공수처만 처리하겠다는 것은 찐빵에서 '앙꼬'만 빼먹겠다는 것"이라며 "진정성도 없고 그동안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신뢰도 없기 때문에 동의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여야4당 합의체가 다시 복원되면 공수처법에 관해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본지와 통화에서 "합의되지 않는 (여야 3당 간 3+3) 협상을 얼른 마무리하고 여야 4당 공조를 복원해야 한다"면서도 "당내에서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지만 여야 4당 논의가 재개되면 (공수처법 선 처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해볼 예정"이라며 긍정적 견해를 표했다.

    민주당, 공수처법 선처리 강행해도 본회의 통과 난망

    민주당을 제외한 각 당이 이 같은 기조를 지속할 경우 공수처법안이 민주당의 계획대로 29일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안 통과에는 국회의원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공수처법안 선 처리에 직간접적으로 찬성하는 민주당과 정의당을 합친 134석으로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전망이다.

    민주당 내에서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의원도 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에 이어 지난 16일에도 공수처 관련 견해를 재확인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 설치에 반대한다"며 "공수처 설치는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으며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한 초선 의원도 21일 "기존에 했던 합의를 깨면서 공수처법을 선 발의하면 난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1일 "국민들의 열망이 공수처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외면할 수 없어 '우선협상'하자는 것이지, 정확히 날짜를 지정해 먼저 통과시키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한편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회의에서는 공수처법안 상정에 대한 이견을 재차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공수처법에 대해 얘기했다"며 "쟁점이 분명히 있는데 해소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야 3당은 23일 3+3회담을 개최해 공수처법안에 대한 협상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