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일 브리핑서 이춘재 화성 9건, 추가 5건 등 14건 살인 인정… 수원·청주서 추가 범행 가능성
  •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의심받고 있던 9건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고 인정했다. 또 화성연쇄살인사건 뿐만 아니라 5개의 다른 범죄까지 자백했다. 사진은 이춘재의 고등학교 시절 모습. ⓒ연합뉴스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의심받고 있던 9건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고 인정했다. 또 화성연쇄살인사건 뿐만 아니라 5개의 다른 범죄까지 자백했다. 사진은 이춘재의 고등학교 시절 모습.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의심받던 9건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고 인정했다. 또 화성연쇄살인사건뿐만 아니라 5개의 다른 범죄까지 자백했다. 모두 합해 14건의 범죄를 자백한 셈이다.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2일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사건 관련 브리핑을 열고 “현재까지 9차례 이뤄진 이씨와 대면조사에서 자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자발적이고 구체적으로 범행을 자백했다”며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본인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달 18일 최신 DNA 증폭기술로 증거품들의 DNA를 추출해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이춘재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후 이춘재와 대면조사를 시작해 자백을 받아냈다.

    이춘재 스스로 범인임을 인정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국내 최악의 미제사건들 중 하나로,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학생·주부·노인 등 여성들을 대상으로 일어난 10차례의 연쇄살인사건을 말한다. 이 가운데 이씨는 모방범죄로 범인이 검거된 8차 사건을 제외한 9가지 사건에 대해 자백했다.

    이춘재는 기억이 오래돼 범행 건수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정확한 범행 일시와 장소 등에 대해서는 진술 때마다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5건의 추가 범죄… 수원·청주에서 비슷한 사건 있었다

    경찰은 이씨가 자백한 5건의 추가 범죄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사건 발생 시점은 물론 사건 유형에 대해서도 모두 함구했다. 하지만 이춘재의 추가 살인 5건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전후해 수원 일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충북 청주에서 일어난 사건과 유사점이 있어 재조명받는다.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사건은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은 화성연쇄살인사건 발생 기간인 1988년 12월과 1989년 9월 수원 화서역 인근과 오목천동에서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화성연쇄살인사건 피해자들과 비슷하게 옷가지로 양손이 결박된 채 발견됐다.

    청주에서는 이춘재가 처제 살인사건을 저지르기 직전인 1993년 11월 집에서 잠을 자던 20대 여성이 성폭행당하고 둔기로 폭행당해 숨진 사건이 유력하다. 화성사건과 연관은 없지만 성폭행 후 둔기로 살해당한 점이 처제 살인사건과 일치하는 점에서 유사성이 높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세부적인 사건 내용과 진술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단계"라며 "법률상의 공소시효는 완료됐으나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재가 인정한 화성연쇄살인사건 10개 중 9개

    아래는 이씨가 자백한 9건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정리한 자료다.

    ◆ 1986년

    1차 사건 = 9월16일 오전 6시20분

    태안읍 안녕리 목초지에서 이모(71)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딸의 집에서 귀가하던 중 이춘재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며, 하의가 벗겨진 채 발견됐다. 

    2차 사건 = 10월20일 오후 10시 

    태안읍 진안리 농수로에서 박모(26) 씨가 살해된 후 나체로 발견됐다. 박씨는 맞선을 보고 귀가하기 위해 버스를 타러 가다 피살됐다. 발견 당시 박씨의 가슴에는 흉기 자국이 남아 있었다.

    3차 사건 = 12월12일 오후 11시

    1차 사건과 같이 태안읍 안녕리에서 일어났다. 피해자는 귀가 중 집 앞에서 피살당한 권모(26) 씨로, 스타킹으로 양손이 결박당하고 머리에 속옷이 씌워진 채 발견됐다. 

    4차 사건 = 12월14일 오후 11시

    피해자 이모(23) 씨는 맞선을 보고 귀가 중 버스에서 내린 뒤 피살당했다. 정남면 관항리 농수로에서 스타킹에 의해 양손이 결박된 채 발견됐다.

    ◆ 1987년

    5차 사건 = 1월10일 오후 8시50분

    태안읍 황계리 논바닥에서 당시 고등학생이던 홍모(18) 양이 스타킹으로 결박돼 살해된 채 발견됐다. 최초의 미성년자 피해자였다.

    6차 사건 = 5월2일 오후 11시

    태안읍 진안리 야산에서 박모(30) 씨의 시체가 솔가지로 은닉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비 오는 날 남편을 마중 나가던 길에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 1988년

    7차 사건 = 9월7일 오후 9시30분

    팔탄면 가재리 농수로에서 안모(52) 씨의 시체가 발견됐다. 발견 당시 블라우스로 양손이 결박돼 있었고, 양말과 손수건에 의해 재갈이 물려 있었다.

    ◆ 1990년

    9차 사건 = 11월15일 오후 6시30분

    태안읍 병점리 야산에서 당시 중학생이던 김모(14) 양의 시체가 발견됐다. 손과 발이 결박된 상태였으며, 브래지어로 재갈을 물린 채였다.

    ◆ 1991년

    10차 사건 = 4월3일 오후 9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마지막이다. 동탄면 반송리 야산에서 권모(69) 씨가 하의가 벗겨진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범행 현장에는 족적 2점이 남아 있었으나, 훼손이 심해 감정이 불가능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