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문회 무력화 의도… 동남아 순방 文 대통령, 전자결재로 임명할 속셈" 맹비난
  • ▲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오른쪽)이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왼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오른쪽)이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왼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의 증인 채택 건이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되는 전무후무한 사태가 발생했다. 조 후보자 가족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는 자유한국당 요청에 끝까지 반발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증인 채택 건을 안건조정위에 부친 것이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될 경우 여야는 90일 내에 증인 채택과 관련해 협의하게 된다. 결국 조 후보자 청문회가 예정대로 9월 2~3일 열리더라도 증인은 단 1명도 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현행법을 교묘히 이용해 청문회를 ‘빈껍데기’로 만들겠다는 저의”라며 “청문회를 사실상 보이콧한 것과 다름없다”고 개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 안건’을 상정했다. 여야는 앞서 9월 2~3일 조 후보자의 청문회 개최를 합의한 상태로, 이날은 증인 채택 건이 쟁점사항이었다. 당초 여야 법사위 간사는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회동하고 증인 채택에 대한 접점을 찾으려 했으나 결렬돼 전체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민주 "인권 차원에서 조국 가족 증인 채택" 반대

    여야는 전체회의가 시작된 2시부터 약 1시간 동안 해당 건과 관련해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인권보호 차원에서 조 후보자 가족에 대한 증인 채택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전부 가족과 직접 연관된 특수한 경우”라며 가족 일원의 증인 채택을 요청했다. 가족범죄 의혹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어서 가족을 부르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한국당은 민주당의 의견을 수렴해 “나이가 많은 조 후보자의 어머니와 아직 어린 딸은 증인 채택 요청안에서 뺄 테니 조 후보자의 아내, 동생과 전 제수 3명은 증인채택에 동의해 달라”며 민주당을 재차 설득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이를 계속 거부하자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표결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법사위의 경우 통상적으로 표결 대신 협의를 통해 안건을 가결한다.

    현재 법사위는 민주당 8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대안정치연대 의원 1명으로, 이날 참석한 의원은 대안정치연대 소속 박지원 의원을 제외한 17명이다. 표결에 부칠 경우 야당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표결하자”는 말 나오자… 민주당, 안건조정위 기습 신청 

    그러자 민주당은 기습적으로 “증인 채택 건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격앙된 여야 의원들을 진정시키던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지금 갑자기 민주당 의원님들이 증인 채택 건 관련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요구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국회법 제57조 제2항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 심사를 위해 구성된다. 안건조정위 구성 요구서가 제출된 후 상임위원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위원장은 소위를 구성하게 된다. 안건조정위의 활동기한은 최장 90일, 위원은 6명으로 구성된다. 

    그러자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청문회를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민주당의 안건조정위 회부 소식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던 김도읍 의원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자리를 떴다. 이어 장제원‧이은재‧여상규‧김진태 의원 등이 차례로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 의원들도 “나가리네”라며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한국당 “민주당, 청문회 보이콧한 것과 다름 없어” 

    이후 법사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청문회는 열자면서 증인 채택 건은 90일 동안 논의하자는 건 증인 1명 없이 인사청문회를 하자는 것”이라며 “인사청문회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현행법을 교묘히 이용해 청문회를 빈껍데기로 만들겠다는 저의”라며 “청문회를 사실상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청문회를 무력화한 후 문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 중) 전자결재를 통해 조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속셈”이라고 일갈했다. 

    이로부터 약 1시간20분 후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전체회의 산회를 알렸다. 

    증인 없이 자료로만 청문회를 연다?

    이로써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은 안개 속에 빠졌다. 민주당은 “증인 채택 건은 안건조정위로 회부하고, 계획서 및 자료 요청 건 등은 처리해 청문회를 열자”는 주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맹탕 청문회를 열 수는 없다”며 “안건조정위는 신청이 있으면 우선 구성하게 돼 있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됐더라도 증인 채택 건을 하루빨리 협의해서 증인 채택 건, 계획서 및 자료 요청 건 3가지를 함께 처리해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송기헌 한국당 법사위 간사는 “안건조정위는 활동기한이 90일이고, 1시간 안에라도 합의할 수 있다. 증인 채택 문제가 해결된 후 민주당과 청문회 일정을 정해야 한다”며 “우선 안건조정위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