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다르면 "매국" "친일파" 공격하더니…"한국 언론자유 미국-일본보다 높다" 궤변
  •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2일 2012년과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위 한국 대법원 판결을 비방·매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일지 몰라도 무도(無道)하다"고 주장했다. 

    조 수석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사법)주권이 과거 주권 침탈국이었던 일본에 의해 공격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거나 이를 옹호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수석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날 일본의 참의원선거가 끝난 뒤 자정쯤 가진 언론 인터뷰 기사를 소개하면서 이런 주장을 했다. 

    아베 인터뷰 내용 보여주며 또 언론 비난

    아베 총리는 아사히TV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전후체제를 만들어 가는 가운데 한일관계 구축의 기초가 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반하는 대응을 하는 것은 정말 유감"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에 대해 "일전에 올린 고노 외상과 마찬가지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국가에서 야당·언론·학자 등 누구건 정부와 판결을 '비판'할 수 있다"며 "현재 한국사회에서 누가 보복이 두려워 정부 또는 판결 비판을 못하고 있는가. 2019년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언론의 자유와 일본 정부 옹호는 다른 문제라는 게 조 수석의 논리다. 

    조 수석은 이어 "이상은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하거나 '민족감정' 토로 차원의 문제제기가 아니다"라며 "여야,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의 일원이라면 같이 공유하자는 호소"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언론자유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다는 점을 언급하며 여야,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당부다. 

    그러나 이런 조 수석의 주장은 '자가당착(自家撞着)'에 가깝다. 한국의 언론자유가 미국·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은 그동안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일부 보수언론과 야당을 '매국' '이적' '친일파'로 몰아세웠다. 

    조 수석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왜곡, 비난, 매도하는 한국사람은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에는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이다"라고 했으며, 16일에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 대해 '매국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조 수석의 '이분법적 사고'를 두고 야당은 "청와대 담장 안에서 페이스북이나 하면서 애국과 이적이라는 유아기적 이분법으로 문재인 정권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조 수석의 경질을 촉구했다. 

    여당과 진보성향 언론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조 수석이 페이스북을 통해 연일 반일 메시지를 내는 것에 대해 22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직자로서 갈등을 오히려 확산시키고 심화시키는 역할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겨레> 신문은 21일자 '한-일 갈등 국면…'이른바 보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라는 기사에서 "조국 수석의 주장은 지나치게 이분법적"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같은 날 기사에서 "적과 동지로 단순화하는 선악 이분법은 '이견을 말하는 자유'를 억누른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국론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2일 오전 춘추관에서 조 수석의 페이스북 활동에 대해 "SNS라는 개인 공간에 대해 저희가 하라 마라 규제할 수 없다"며 "개인의 활동, 개인 생각의 표현 등은 해라, 하지 마라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