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1심 유죄 근거 '김백준·이학수 진술'과 달라"… 검찰 측 증인도 "원본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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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전 대통령. ⓒ박성원 기자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51억원 상당의 삼성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 기소한 사실이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추가 뇌물수수 입증을 위해 내놓은 증거가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근거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진술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추가 증거가 1심 유죄 판단의 근거를 흔드는 셈이다.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3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추가 뇌물 증거가 이 전 대통령이 67억원 규모의 종전 혐의와 무관함을 입증하는 동시에, 검찰이 새롭게 추가한 혐의에 대한 증거능력도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당초 검찰은 삼성이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에 매월 12만5000달러씩 정액으로 지급한 총 67억원 상당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뇌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검찰은 김백준 전 기획관과 이학수 전 부회장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이 이를 다스 미국 소송비로 사용한 후 남은 돈을 돌려받으려 했다"는 진술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자금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은 두 번이나 공소장을 변경했지만,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였다.검찰, MB 51억원 추가 뇌물 증거 '인보이스' 제출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에이킨검프가 삼성전자 미국법인(SEA)에 다스 소송비 실비를 청구한 인보이스 사본 38건을 이첩받고, 이를 근거로 기존 혐의 외에 51억원 상당의 뇌물 혐의를 추가하는 세 번째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다스 소송비가 실비로 청구됐다는 게 검찰의 새로운 주장이었다.하지만 '매월 12만5000달러씩 정액을 지원받아 다스 소송비를 썼다'는 기존 검찰 주장과 '소송비로 쓰고 남은 돈을 돌려받으려 했다'는 김백준·이학수 두 핵심 증인의 진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지적이다. 검찰은 변호인단의 이 같은 주장에 별다른 반론을 펴지 못했다.검찰이 제출한 인보이스 사본의 증거능력 인정도 쉽지 않다. 먼저 △사본이 원본과 동일하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하며 △원본과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의해 취득된 자료임이 입증돼야 하고 △적법하게 취득됐어도 인보이스는 청구서에 불과하므로 실제로 자금이 지급됐음이 입증돼야 하며 △자금이 지급됐어도 해당 자금이 뇌물임을 입증할 공여자와 수여자 간의 의사 합치가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검찰에 따르면 해당 인보이스 사본은 신분 공개를 꺼리는 제보자가 미국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건네받은 것이다. 미국의 지인은 에이킨검프가 이 전 대통령 측의 사실조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에이킨검프의 전산실에서 입수했다고 한다. 실제로 자금이 지급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변호인단은 "인보이스 사본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자금이 지출됐다는 직접증거는 아니다"며 "지출됐다고 하더라도 경위와 성격이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으면 뇌물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원본과 동일성, 위법수집증거 가능성 등 지적에 검찰 '침묵'이어 "공익제보자란 사람의 진술에 비춰보더라도 사인(使人·심부름꾼)에 의한 위법 수집 증거자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금융조회나 에이킨검프에 대한 사실조회 등 명백하게 증거를 확인할 방법이 있음에도 시간을 이유로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검찰은 이에 대해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르면 신고자가 부패행위를 발견하고 취득한 자료를 임의로 반출해도 이는 법규정에 따른 지극히 적법한 절차를 준수한 것"이라며 위법수집증거일 가능성이 크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반박했다.검찰은 인보이스 사본이 원본과 동일한지 여부는 이날 증인으로 소환된 삼성전자 미국법인(SEA) 전 임직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입증을 시도했다. 증인들은 이학수의 지시로 에이킨검프 인보이스를 처리한 기억은 있다면서도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인보이스가 원본과 동일한지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재판부는 인보이스 사본이 원본과 동일한지 여부조차 입증되지 않자, 공익제보자에 대한 비공개 신문의 필요성과 에이킨검프 및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거래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사실조회에 대한 의견을 검찰에 요구했다. 검찰은 재판부의 요구에 추후 의견서를 통해 답변하겠다고 했다.





